'미수다 2', 새마을 운동 프로그램인가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2010.01.0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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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 투명경영과 윤리경영

'미수다 2', 새마을 운동 프로그램인가


옛날 옛날 허영에 들뜬 임금님이 있었다. 옷 자랑에 눈먼 그 임금님을 골탕 먹이려는 사기꾼들이 있었다. "임금님, 우리가 아주 멋진 옷을 만들어 드릴께요."

"그래? 그럼 빨리 만들어 다오." 그러면서 엄청난 돈을 지불했다. "그런데 임금님, 이옷은 너무 신기해서 바보에게는 절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음! 그런가."

사기꾼들은 가짜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옷을 다 완성한 날이 됐다. "임금님, 세상에 둘도 없는 옷이 여기 있습니다." 당연히 임금님에게는 옷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으젓하게 말했다. "오! 이런 신기한 옷이 있나. 아주 훌륭해." 그런 후 그 옷을 입는 척 하고 잔치에 나갔다. 그런데 백성들에게도 옷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백성들은 이구동성 말했다. "저렇게 멋진 옷은 처음 보네." 그런데 한 꼬마가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하,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뭐야, 우리 눈에만 안 보이는 게 아니었어?" 다른 백성들도 그제야 깔깔대며 웃어댔다. "하하하하, 벌거벗은 임금님, 벌거벗은 임금님!" 너무나 잘 알려진 안델센의 동화다.

◇지금도 흔한 '벌거벗은 임금님'

'미녀들의 수다'는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온 젊은 미녀들이 그야말로 수다 떨 듯 한국에서 겪은 문화충격을 나누면서 즐기는 TV 프로그램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루저’파문이 일었다. 패널로 출연했던 한국 여대생이 "키가 작은 남자는 루저" 운운했기 때문이다. 제작진 교체 등 홍역을 치룬 모양이다.


그래서 이른바 ‘미수다 2’가 나온 것 같다. 이른바 ‘공익성(?)’을 강조했다. 반응은 썰렁했다. 세계교통문화 취재내용을 전달하면서 에티켓에 대해 토론하는 등 마치 국민계몽 프로그램이 된 듯 했다.

월요일 첫 출근에 시달렸던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각 나라의 문화 에피소드를 접하면서 ‘느껴가는’ 프로그램에서 이 악물고 봐야하는 ‘짜증나는 교육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마치 70년대 새마을 운동 프로그램 같았다. "정보가 재미를 압도하고 예능의! 볼거리를 없앴다." 시청자와 전문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 "느닷없이 법무부 장관이 나오는 걸 보고 국정홍보 방송인 줄 알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정보가 풍부한 것이 결코 나쁘지 않지만 전달 방식이 고루했다. 그 정보내용조차 대부분 진부했다. 그것조차 딱딱하게 전달해주니 시청자는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도처에 있다.

◇‘위장전입’불법 장관이 교통준법 강조

사과가 맛있어서 먹지 영양분을 따져 먹지 않는다. 영양분을 분석해 먹으면 그는 이미 환자이거나 사이보그다. 밤늦은 TV 프로그램에서 ‘교조적 공익강박증’을 드러내는 것은 G20 주최국이라는 한국에서 오로지 방송만이 거꾸로 가겠다는 발상인가.

더구나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등으로 국민에게 사과까지 하면서 홍역을 치른 공직자가 태연하게 나타났다. 출연을 요청했을 터이고 또 이를 수락했을 터이다. 그를 보는 시청자 심정은 그리 편치 않았을 것 같다. 이런 일이 어디 TV 방송뿐이겠는가. 쩍하면 기업의 윤리경영을 외치는 CEO가 항상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X파일, 비자금, 감옥살이, 특별사면, 해외부동산 불법취득 같은 말들은 한국인들이 수십 년간 듣고 보아온 기업관련 단어들이다.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기업일수록 투명경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투! 명경영이란 모든 경영상황을 이해 관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하는 경영이다. 윤리경영이란 보편적 ‘윤리’ 범위 내에서 경영하는 것을 말한다.

직원들의 횡령, 뇌물을 막기 위해 윤리경영을 강조하기 전에 회계의 분식, 정보의 날조가 없는 투명경영이 우선해야 한다. 매사 남보고 깨끗하라하기 전에 자신부터 깨끗해야 말발이 선다. (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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