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공모가 '딜레마'

머니투데이 유윤정 기자 2009.12.2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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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8000원만 돼도 2.6조 차익..예보, 1만원 잡아도 1250억 원금손실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있는 대한생명이 공모가 딜레마에 빠졌다. 공모가가 1만원을 웃도느냐 아니냐에 따라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공모가 컨센서스는 1만원을 하회하고 있어 공모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8일 한국거래소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생명은 지난 16일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 통과되면 바로 공모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내년 1월중 예비심사 통과가 가능하고, 1분기중 상장이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공모가. 대한생명의 희망공모가는 주당 9000원~1만2000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대한생명 시장가격이 주당 1만원을 넘지 못할 경우 최대주주인 한화그룹(67%)과 2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33%)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게 되기 때문에 대한생명은 최소 1만원 이상의 공모가를 확보해야 한다.

대한생명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예금보험공사가 출자한 총 금액은 3조5500억원. 이 중 한화그룹에 지분을 매각해 현재까지 1조820억원을 회수했다. 미회수잔액은 원금만 2조4680억원. 투입된 공적자금에 연평균 이자율 4%를 감안하면 약 1조원이 추가돼 총 3조5000억원 정도가 남아있다.



대한생명의 공모가가 주당 1만원으로 확정될 경우 예보는 현재 보유지분 2억3430만주를 매각해도 약 2조3430억원을 회수하는데 그치게 된다. 이는 원금에도 1250억원 가량 미달되는 금액이다. 원금을 회수하려면 주당 공모가는 최소 1만534원 정도가 돼야 하는 셈이다.

반면 공모가가 주당 1만5000원으로 확정될 경우 예보는 3조5145억원의 자금을 확보, 원금에 더해 이자까지 회수가 가능하다. 주당 공모가격이 1만5000원은 돼야 부실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입장은 다르다. 대한생명 지분은 현재 한화건설(31.5%), 한화 (29,850원 ▲450 +1.53%)(28.2%)와 특수관계인을 포함, 한화그룹이 4억7000만주(67%)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2002년 대한생명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예보로부터 주당 2274원에 지분을 매입했다. 주당 8000원만 돼도 매각차액이 약 2조6912억원에 달해 대박을 거두게 된다.

시장에서 대한생명의 공모가 컨센서스는 약 8000원 수준이 대부분이다. 대한생명의 올 3월말 기준 주당순자산(BPS) 5150원과 자기자본이익률(ROE) 10%대 초반을 계산하면 적정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배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3월 BPS를 5500원으로 잡고 PBR을 후하게 1.4배~1.5배로 적용해도 적정가는 8000원 내외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대한생명은 분기보고서도 없고 업데이트 된 데이터가 없어서 정확히 분석이 어렵지만 후하게 밸류에이션을 적용해도 8000원 수준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한생명의 IPO 대표 주간사는 대우증권으로 지난달 동양생명을 상장시킨 바 있다. 가까스로 공모가 1만7000원에 상장은 성공시켰지만 동양생명은 이날 1만3450원에 장을 마감하는 등 상장 후 공모가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한번 실패를 경험한 기관들이 대한생명 공모가 높은 가격을 써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들은 절대 지르는 경우가 없고 최대한 싸게 받아서 약간의 차익이라도 남기고 싶어 한다"며 "동양생명은 외국인을 등에 업고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외시장에서 유통물량이 없어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다. 기준을 삼을만한 장외가가 어느정도 형성이 돼 있어야 하는데, 대한생명은 지분 100%를 모두 한화그룹과 예보가 보유하고 있어 재무 데이터로만 가치를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인식 프리스닥 대표는 "장외에서 유통물량이 전혀 없다보니 경쟁률이 어떻게 될지 배정 물량이 얼마나 될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녹록치 않지만 삼성생명보다 먼저 상장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한화는 대한생명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대한생명 상장은 예보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특별결의 사항인만큼 공모가를 둘러싼 딜레마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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