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공사, 졸속 통합 '6000억 세금폭탄'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9.12.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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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서두르다 비과세법안 '깜빡' 세금감면 못받아

-국회 기획재정위, 주공-토공 합병 과세특례 보류
-청산소득 법인세 3500억원+합병평가차익 법인세 2600억원 부담
-법안도 없이 조세감면 요구… 소급입법 논란 불가피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졸속 통합에 다른 후유증으로 6000억원이 넘는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28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위원회는 대한주택공사(주공)와 한국토지공사(토공)의 합병에 대한 과세특례가 포함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하지 않았다.

기업간 합병이나 분할로 소멸하는 법인은 법인세법 49조에 따라 유보사항들이 합병법인에 승계되지 않으면 청산시점에 세금부담이 생긴다. LH공사의 경우 승계가 불가능한 유보금액이 1조4000억원으로 추산됐고, 이에 따라 3500억원을 청산소득 법인세로 납부해야 했다.



정부는 청산소득 법인세를 면제해주기 위해 서병수 한나라당 의원 명의의 의원입법을 통해 주공과 토공의 세무 조정사항들을 LH공사가 승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특례법을 제출했다. 하지만 법안이 재정위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LH공사는 3500억원의 세금을 꼼짝없이 부담해야 한다.

LH공사가 기관 통합으로 물어야 하는 세금은 이것 만이 아니다. LH공사는 합병으로 자산이 증가했고 합병평가차익 법인세로 2600억원을 내야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는 이를 깎아주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법안도 제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세금을 깎아줄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LH공사는 공기업 선진화에 따른 합병으로 총 61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내년 2월 임시국회 때 LH공사의 조세감면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조세감면이 이뤄지더라도 소급입법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주공과 토공의 청산절차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이미 청산소득 법인세는 소급적용해야 하고 합병평가차익 법인세도 과세연도인 올해를 넘기면 소급적용해야 한다.

이처럼 LH공사가 세금 폭탄을 맞게 된 것은 주공과 토공의 통합이 치밀하게 준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LH공사와 정부는 청산소득 법인세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고 간신히 합병 전인 9월 의원 입법안이 제출됐다. 하지만 합병평가차익 법인세는 LH공사 합병 직전에 알게 돼 법안 준비조차 못했다.

이와 관련 이혜훈 기획재정위 조세소위 위원장은 "법안도 제출하지 않고 세금을 깎아달라고 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국회는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한 뒤치다꺼리하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백재현 민주당 의원은 "공기업 선진화와 관련된 내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인데 미리 대책을 세우지 않는 기업은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며 "불편하더라도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과세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는 LH공사 출범에 따라 주주인 정책금융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2900억원의 세금은 감면했다. 산업은행 분할 관련 산은, 산은지주회사, 정책금융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증권거래세, 부가가치세, 법인등기등록세 등을 면제하는 내용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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