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송도 '축배', 영종·고양 '쓴잔'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2009.12.2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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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2009 재테크 위너 & 루저/ 부동산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꽁꽁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이어지며 힘겹게 시작한 2009년 부동산 시장은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다양한 정책에 힘입어 1분기부터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추석 이전까지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던 부동산 시장은 이후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수도권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면서 또다시 급격히 위축됐다.

이같은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도 부동산 상품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DTI 규제 확대로 기존 주택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규제에서 제외된 분양시장이 상대적으로 부각, 수요자들이 몰리며 올해 부동산 시장의 최대 승자로 등극했다.



이에 반해 상가시장은 올 한해 내내 지난해의 금융위기 후유증이 이어졌다는 평가다. 준공 후라도 미분양 상가가 넘쳐났고 지방 대형상가와 대형 영화관 등의 경매시장 행 소식, 상권별 브랜드 매장 등의 잇따른 철수 등은 올해 상가시장의 얼룩으로 기억되고 있다.

◆분양시장,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그렇다면 올 한해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핫(Hot)'한 분야로 꼽힌 분양시장의 모습은 어땠을까.
↑래미안광교 모델하우스에 몰린 인파(왼쪽)과 송도 신도시 조감도↑래미안광교 모델하우스에 몰린 인파(왼쪽)과 송도 신도시 조감도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초 전국의 미분양 가구수는 16만 5599가구로 미분양 집계를 시작한 1993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2.12 미분양 주택 대책'을 통해 미분양 주택에 대한 취·등록세 50%를 완화하고 2010년 2월 11일 전까지 계약하는 미분양 및 신규분양아파트에 대해 5년간 양도세의 60~100%를 감면하는 등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그 결과 12월 현재 전국의 미분양 가구수는 12만437가구로 올 초에 비해 4만5000여 가구가 감소했다.

신규분양시장 역시 세금완화 정책의 영향으로 활성화됐다. 특히 하반기 들어서는 DTI 규제 강화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면서 청약 열기가 지속됐다.

그 중에서도 광교신도시, 인천경제자유구역 중 송도와 청라가 올해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둔 분양지로 꼽힌다.


먼저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로 평가받으며 주목받았던 광교신도시는 올해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나오는 등 대박을 터뜨리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광교신도시내 '래미안 광교'는 청약결과 평균 5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으며 특히 100.72㎡(전용면적)의 경우 무려 7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 화제를 낳았다.

광교신도시는 경기도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이전이 예정된 행정도시로 주변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각종 기업연구소, 산업단지들이 조성돼 있어 배후수요가 풍부하다. 영동고속도로 동수원IC, 경부고속도로 수원 IC가 가깝고 최근에는 용인-서울간 고속도로가 개통한데다 특히 신분당선도 개통이 예정돼 있어 서울로의 접근성이 높아졌다.

송도와 청라는 올해도 '청약 불패' 신화를 이어가며 분양시장 열기의 중심에 섰다.

송도신도시의 경우 아직 개발 초기인 다른 경제자유구역과 달리 이미 입주한 아파트와 다양한 편의시설이 구비된 점이 특징이다.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20~30%가량 저렴해 당첨만 되면 많은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 때문에 2003년 첫 분양 이후로 줄곧 수도권 인기청약단지로 꼽혀왔다.

인천 송도동의 3.3㎡당 평균 시세는 현재 1476만원선이지만 가장 최근 청약한 더샵 그린애비뉴 D7-1블록, D8블록의 분양가가 각각 1413만원, 1361만원선에 책정돼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 최고 100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로 청약 마감했다. 송도지구에서는 내년 1월까지 4개 단지에서 총 2941가구가 쏟아지며 이중 2831가구가 일반분양 될 예정이다.

청라지구는 지난 10월 동시분양에서 최고 2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대부분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되며 눈길을 끌었다. 청라지구는 계양구, 서구를 비롯해 인천 각지에서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고 특히 인천 역점 도심재생사업 중 하나인 가정뉴타운과 맞닿아 있어 투자가치 및 우수한 실거주 요건을 갖춘 지역이다. 청라지구 내에는 제2외곽순환도로와 경인고속국도를 통해 서울 및 수도권으로 이동이 편리하며 간선급행버스(BRT)가 도입돼 교통여건이 더욱 향상될 전망이다.

◆분양 열기 속 체면 구긴 곳은

하지만 하반기 청약열기 속에서도 모든 분양 현장이 호황을 누린 것은 아니다. 입지 여건이나 미래 발전 가치 등에 따라 분양 성적이 극과 극을 달린 것.
↑영종하늘도시 조감도(왼쪽)와 고양 원당 e편한세상 단지 전경↑영종하늘도시 조감도(왼쪽)와 고양 원당 e편한세상 단지 전경
그 중에서도 영종하늘도시의 경우 송도, 청라와 함께 인천의 자유경제구역지구이면서도 이들 지구와 달리 눈에 띄게 저조한 분양 성적을 거두며 체면을 구겼다. 영종하늘도시는 1순위 청약에서 7440가구 모집에 76%인 5625가구가 미달됐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3순위 접수에서 신청자가 다소 몰렸지만 동시분양에 나섰던 건설사 모두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영종하늘도시의 이 같은 저조한 청약 성적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분양 맞대결을 펼치는 인천 청라지구와 비교했을 때 입지요건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첫번째 요인으로 꼽는다. 인천대교, 영종대교를 건너 진입해야 하는 만큼 통행료 부담도 만만치 않고 접근에 대한 제약도 많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입지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청라지구에 비해 분양가가 3.3㎡당 100만~200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 점도 장애요인으로 꼽혔다. 주거 기반시설이 조성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단점이다.

최근에는 고양시 일대 분양 단지들이 모두 부진한 청약 경쟁률을 기록, 연말 분양대전 속에서 소외되고 있다.

지난달 말 덕양구 성사동에서 분양한 삼성물산의 '고양 래미안휴레스트'와 '고양 원당 e-편한세상' 모두 3순위 접수에서까지 모집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타운하우스인 '현대성우 오스타' 역시 대규모 미달사태를 빚었다.

고양시에서도 서울과 가까워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삼송지구에서 분양에 나섰던 '호반베르디움'이 전체 7개 주택형 중 4개 주택형이 3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한 데 이어 현대산업개발의 '고양 삼송 아이파크'도 1순위에서 대거 미달됐다.

고양시 일대 분양 성적이 저조한 이유로는 가장 먼저 수급의 문제가 꼽힌다. 고양시에서는 12월에만 총 5344가구의 대규모 물량이 공급됐으며 인근 서울 서북부의 은평뉴타운, 가재울뉴타운 등 입지가 더 좋은 곳에서도 공급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고양 래미안휴레스트', '고양 원당 e-편한세상' 등이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하는 등 분양가 역시 매력적인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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