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게임 좀먹는 '中짝퉁' 더이상 못참아"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09.12.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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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젠·넥슨 中업체 상대로 소송, 정부도 대책 마련 부심

↑ 웹젠의 '뮤'(좌)와 중국 더나인의 '뮤X'. 더나인은 웹젠과의 협의 없이 게임 내 캐릭터와 배경음악 등을 무단으로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다.↑ 웹젠의 '뮤'(좌)와 중국 더나인의 '뮤X'. 더나인은 웹젠과의 협의 없이 게임 내 캐릭터와 배경음악 등을 무단으로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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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중국산 '짝퉁 제품'들이 인터넷 유머 게시판을 채웠던 적이 있다. 한국산 제품을 그대로 베낀 듯한 디자인에 누리꾼들은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산 짝퉁 제품들은 어느덧 노동과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수출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수출 효자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는 국산 온라인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 게임 종주국을 자처하며 중국에서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던 국산 온라인 게임은 이른바 '산자이(山寨·산적 도굴)' 게임들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국내 게임을 그대로 베낀 듯한 산자이 게임은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며 성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참다 못한 일부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직접 대응에 나섰다.



◇ 국내업체 中 짝퉁게임 "더 이상 못참아"

인기 온라인 게임 '뮤'의 개발사인 웹젠 (16,860원 ▲170 +1.02%)은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중국업체 '더나인'을 상대로 상표권 이전 소송을 제기했다. 뮤의 중국 서비스업체인 더나인에 게임의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제공했던 상표권을 돌려달라는 소송이다. 웹젠이 중국에서 8년동안 성공적으로 게임을 서비스해오던 더나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더나인의 몰염치한 행보 탓이다.



더나인은 지난 6월 중국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에서 '뮤(MU)X'라는 게임을 선보였다. 뮤X는 누가봐도 뮤의 후속작처럼 보였다. 캐릭터와 배경음악까지 상당히 흡사했다. 그러나 뮤X는 웹젠과 협의 없이 만들어진 짝퉁게임이었다. 당연히 웹젠은 발끈했다. 파트너사임에도 불구하고 웹젠이 소송을 진행한 이유다.

김창근 웹젠 대표는 "뮤는 한국 온라인 게임사에서도 의미를 갖는 작품인데다 정식 후속작 뮤2가 개발 중인 상황인 만큼 뮤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넥슨의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좌)와 중국 텐센트의 '큐큐탕'(우). 게임 디자인과 속성이 상당히 유사하다. ↑ 넥슨의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좌)와 중국 텐센트의 '큐큐탕'(우). 게임 디자인과 속성이 상당히 유사하다.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가 중국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넥슨도 지난 2006년 10월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를 상대로 6000만원 상당의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텐센트가 넥슨의 인기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를 베낀 '큐큐탕'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역시 지난 2003년 중국 샨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07년 철회한 경험이 있다.


소송까지 진행되지 않았으나 짝퉁게임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산 게임은 무수히 많다. 와이디온라인의 '오디션'과 유사한 '슈퍼댄스(나인유)', 그라비티의 '라크나로크'를 베낀 듯한 '오로라블레이드(IGG)' 등도 그 중 하나다. 이 밖에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의 짝퉁으로 꼽히는 '귀취등온라인(샨다)', '쾌락서유(더나인)'도 산자이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 게임은 하나같이 중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게임이다.

◇ 중국산 짝퉁 게임 근절 방안은?

이처럼 중국산 짝퉁게임이 범람하고 있음에도 중국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이유는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명분 탓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국산 게임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은근한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중국 진출에 필수적인 요소인 판호(판권)를 중국 정부가 발행한다는 점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짝퉁 게임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강해야 하는데 자국 게임 보호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며 "또 소송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게임의 특성상 3~4년이 지나면 소송에서 이긴다해도 실익이 없고 소송 과정에서 중국 정부에 밉보기라도 하면 판호를 안 내줄 수 있기 때문에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이보경 위원장이 지난 9월 중국 북경을 방문해 중국판권보호중심과 '한중 저작권 업무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지만 아직 뾰족한 묘수가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다. 양국은 현재 '판권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시범적으로 분쟁조정에 나서고 있다.

정성철 한국저작권위원회 국제협력팀장은 "현재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담당자들이 중국측과 연락을 취하면서 절차상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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