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9400만톤에 이른다. 1년 배출량만 보면 세계 9위, 과거부터 지금까지 누적 배출량을 감안하면 세계 16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국이 본격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산업화에 접어들고 난 후부터였다. 더욱이 대부분 `부속서1'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미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과는 달리 한국은 2020년경까지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등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제사회의 공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국은 이미 지난달 17일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그것도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은 감축목표다.
한국처럼 '비부속서1' 국가인 브라질은 '2020년까지 BAU 대비 36~39% 감축'하겠다는 안을 내놨지만 '선진국의 재정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에서 한국의 목표보다 한 수 아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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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한국은 '국가별 역량에 맞는 자율적 감축행동' 방법론을 제안했다. '나마'(NAMA, Nationally Appropriate Mitigation Actions) 등록부가 바로 그것이다.
NAMA 등록부 안은 △ 개발도상국이 등록부에 기재한 감축목표 및 이행실적을 엄정하게 측정·검증토록 하되 △ 불이행시 법적 구속력 및 패널티를 지지 않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NAMA 등록부는 현재 법적 구속력 있는 의무인 선진국 방식과 아무런 부담을 지지 않는 개도국 방식의 중간 방식에 해당한다. 한국처럼 역사적 책임이 없더라도 현재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국가인 중국과 인도 등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식이다.
정래권 대사는 "선진국이 더 강한 감축의무를 져야 한다고 중국·인도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입지가 돋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협상이 논리싸움이 아니라 힘 대결이라는데 있다. 의무감축국 지정을 피하되 협상 타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명분을 얻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까지는 여전히 험난한 협상과정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