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를 훌쩍 뛰어넘을 수 없을까, 아니면…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2009.12.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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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 덕의 경영, 덕의 정치

박근혜를 훌쩍 뛰어넘을 수 없을까, 아니면…


덕(德)이란 무엇인가. “덕불고 필유인(德不孤 必有隣).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공자의 말씀이다. 덕은 바로 두 사람(?)이 열(十)개의 눈(目), 여러모로 한 마음(一心)이 되는 것이다. 한 마음이 되려면 힘센 자가 약자에게 양보하고 져주어야 한다.

최근 한국의 대형유통기업의 젊은 오너 2세가 대표이사 부회장 CEO로 내정돼 경영전면에 나섰다. ‘3세 경영’이 본격화 된 셈이다. 젊은 CEO는 “2013년까지 세계 10대 종합소매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이와 함께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중소 유통업과의 상생은 과연 불가능한가?”하는 문제를 짚어본다. 수많은 자영업자의 생존과 고용문제가 함께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SSM 때문에 동네 슈퍼의 10개 중 4개가 6개월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막대한 자본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동네 구멍가게와는 공정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선진국의 경우 대형마트 진출을 강력히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유럽국가 중 가장 강력하다. 그래서 까르푸 등이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인구 215만이 살고 있는 파리에는 대형마트가 없다. 독일에서도 ‘특별구역’에만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있다. 일본 역시 그렇다.

◇대형마트 때문에 구멍가게 다 죽어



세계 3위 유통기업인 테스코(Tesco)의 고향 영국에서는 SSM과 중소상인 간 갈등을 찾아보기 힘들다. 테스코가 지역사회공헌에 앞장서기 때문이다.

첫째, 테스코는 매장을 내기 전 반드시 지역사회와 대화한다. 간판크기, 영업시간 등에 관해 사전에 협의한다. 의견이 다를 경우에도 끝까지 절충점을 찾아낸다. 카트가 벽돌거리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않도록 바퀴에 소음방지 장치를 부착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다. 둘째, 지역실업 해결에 앞장선다. 지역주민을 재교육시켜서 고용한다.

셋째, 점포를 개점할 때 품목을 조절하여 지역경제 기여도를 반영한다. 일테면 조화는 가격이 싼 테스코에서, 좋은 생화는 지역 꽃집에서 사도록 한다. 또 테스코에서 판매되는 맥주의 상당량은 지역 영세 제조업자들의 상품들이다. 이게 바로 덕의 기업이고 덕의 시장(市場)이다.


나라사정은 어떤가. 얼마 전 TV에 ‘대통령과의 대화’가 있었다. “행정수도 분할은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일부 행정기능을 세종시로 옮기려 한 원안을 바꿔야 한다. 다만 대선 때 세종시 원안추진 공약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 이런 내용이 주된 관심사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 여론 추이는 50여%대 40여%로 지지가 우세해졌다.

◇애초부터 대통령이 직접 사과했다면…

‘대화’ 이전에 지지가 열세였던 것에 비하면 국면은 반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지만 밀어붙이기에는 다소 동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럴 바에는 아예 대통령이 초장부터 나섰던 것이 좋았다는 생각이다. 충청도 출신인사인 신임 총리 내정자의 입을 통해 공론화가 시작됐다. 이 때문에 야권의 대통령 후보 물망에까지 오르내리던, 어릴 적 가난을 이겨낸 서울대 총장 출신 엘리트의 체모는 청문회에서 위장전입논란까지 불거지며 여지없이 구겨졌다.

게다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하겠다는 말도 본전조차 못 찾았다. “나를 설득하기 전에 국민을 설득하라”는 일갈과 “원안 플러스 알파”라는 한 마디에 총리는 물론 대통령까지 부예졌다. 사실 총리는 임명직에 불과하다.

청와대 참모들의 조언은 조잡했다. 어차피 사과하지 않고는 못 베길 판이었다. 차라리 애시당초 처절한 대통령의 사과로부터 출발했어야 좋았다. 그래야 박근혜 전대표의 칼날까지 무디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면 완전 승리는 의외로 상대를 살리는 길에서 온다.

덕의 경영, 덕의 정치가 그립다. 아니면 이태리어로 ‘나의 집’ 까사미아처럼 ‘큰 덕(德)’은 아닐지라도 ‘행복’이란 컨셉트를 파는 소박한 경영이든지…. (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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