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대형유통기업의 젊은 오너 2세가 대표이사 부회장 CEO로 내정돼 경영전면에 나섰다. ‘3세 경영’이 본격화 된 셈이다. 젊은 CEO는 “2013년까지 세계 10대 종합소매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이와 함께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중소 유통업과의 상생은 과연 불가능한가?”하는 문제를 짚어본다. 수많은 자영업자의 생존과 고용문제가 함께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때문에 구멍가게 다 죽어
첫째, 테스코는 매장을 내기 전 반드시 지역사회와 대화한다. 간판크기, 영업시간 등에 관해 사전에 협의한다. 의견이 다를 경우에도 끝까지 절충점을 찾아낸다. 카트가 벽돌거리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않도록 바퀴에 소음방지 장치를 부착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다. 둘째, 지역실업 해결에 앞장선다. 지역주민을 재교육시켜서 고용한다.
셋째, 점포를 개점할 때 품목을 조절하여 지역경제 기여도를 반영한다. 일테면 조화는 가격이 싼 테스코에서, 좋은 생화는 지역 꽃집에서 사도록 한다. 또 테스코에서 판매되는 맥주의 상당량은 지역 영세 제조업자들의 상품들이다. 이게 바로 덕의 기업이고 덕의 시장(市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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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사정은 어떤가. 얼마 전 TV에 ‘대통령과의 대화’가 있었다. “행정수도 분할은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일부 행정기능을 세종시로 옮기려 한 원안을 바꿔야 한다. 다만 대선 때 세종시 원안추진 공약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 이런 내용이 주된 관심사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 여론 추이는 50여%대 40여%로 지지가 우세해졌다.
◇애초부터 대통령이 직접 사과했다면…
‘대화’ 이전에 지지가 열세였던 것에 비하면 국면은 반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지만 밀어붙이기에는 다소 동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럴 바에는 아예 대통령이 초장부터 나섰던 것이 좋았다는 생각이다. 충청도 출신인사인 신임 총리 내정자의 입을 통해 공론화가 시작됐다. 이 때문에 야권의 대통령 후보 물망에까지 오르내리던, 어릴 적 가난을 이겨낸 서울대 총장 출신 엘리트의 체모는 청문회에서 위장전입논란까지 불거지며 여지없이 구겨졌다.
게다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하겠다는 말도 본전조차 못 찾았다. “나를 설득하기 전에 국민을 설득하라”는 일갈과 “원안 플러스 알파”라는 한 마디에 총리는 물론 대통령까지 부예졌다. 사실 총리는 임명직에 불과하다.
청와대 참모들의 조언은 조잡했다. 어차피 사과하지 않고는 못 베길 판이었다. 차라리 애시당초 처절한 대통령의 사과로부터 출발했어야 좋았다. 그래야 박근혜 전대표의 칼날까지 무디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면 완전 승리는 의외로 상대를 살리는 길에서 온다.
덕의 경영, 덕의 정치가 그립다. 아니면 이태리어로 ‘나의 집’ 까사미아처럼 ‘큰 덕(德)’은 아닐지라도 ‘행복’이란 컨셉트를 파는 소박한 경영이든지…. (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