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 냉정해야 할 시기

머니투데이 문성일 건설부동산부장 2009.11.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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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야기] 냉정해야 할 시기


주택 수요자들이 좀 더 냉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또다시 시장 기류가 바뀌는 양상이 나타나서다. 주요지역을 중심으로 올 봄부터 상승 탄력을 받아온 아파트값이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기세등등하게 호가를 올렸던 매물은 사라지고 하한가 밑으로 가격을 조정한 급매물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고 있다. 물론 물건수도 늘었다.

이유야 많지만 보금자리 쇼크에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상승을 바라는 입장에선 가장 아픈 부분이다. 경험상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규제로는 전매제한과 세제 조치가 가장 주효하다. 단기투자를 억제시키고 실현이익을 줄일 수 있어서다. 여기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함께 DTI 규제는 주택 구입(예정)자로선 치명적이다.



전세시장도 한풀 꺾인 모습이 역력하다. 올 봄 전세대란의 주범으로 꼽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재건축 입주단지의 경우 고점보다 10% 안팎 가격이 밀렸다. 비수기에 따른 수요 둔화가 분명하지만, 가을들어 입주 물량이 풍부해진 것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집주인과 마찬가지로 사려는 수요자들의 고민도 이같은 시점에서 시작된다.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조정 양상을 띠는 것은 맞지만 과연 다시 내리막을 탈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인지 가늠하고 예측하기 쉽지 않아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적어도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내년 1월 이후까지 이어지면 굳이 '더블딥'이란 극한의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분명 내림세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내년 시장은 어떻게 될까. 일단 일각에서 주장하는 입주량 부족에 따른 불안정 예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내년 한해 전국 입주 예정물량은 29만9911가구다. 이는 올 한해 입주 예정량인 28만1849가구보다 6.4% 가량 많은 물량이다. 이는 또 2000년 이후 올해까지 평균 입주량(31만가구)에 비해서도 크게 적지 않다.

수도권의 경우만 따져보면 2010년 입주 예정물량은 17만1747가구로, 2009년(15만4430가구)보다 11.2%가 많고 2005년 이후 최대치다. 결국 절대 물량만을 감안할 때 입주량 때문에 가격이 불안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물론 변수는 있다. 우선 동시다발적인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 문제가 있다. 여기에 최근 몇 년동안 공급이 급감한 다가구·다세대주택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부동산시장에는 상승압력과 하락압력이 공존한다. 상승 요인으로는 실물경기 회복과 그에 따른 수요 증가, 지방선거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하락 요인으로는 단기회복에 따른 후유증과 함께 출구전략을 위한 금리인상 및 속도조절을 위한 규제 가능성 등이 있다. 다만 금리는 조정폭이 0.5~1.0% 정도라면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부동산시장을 진단한다면 굳이 '상승장이냐, 하락장이냐'와 같은 낙관 또는 비관적인 시각보다는 고점을 향한 회복 단계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좋다. 심리적으론 '앵커(anchoring)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판단을 자제하는 게 낫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국내 부동산시장은 금융시장의 영향권 속에 있다. 각 개별 부동산상품도 이미 금융화돼 있다. 그만큼 부동산시장은 변동성이 많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이같은 구도가 더욱 공고해 지고 있다. 현상에 흔들리지 말고 근본적인 대처 능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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