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나 받아 처먹고…" 아수라장 거점병원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9.10.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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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병원이랍시고 세금이나 받아 처먹고.. 지금 이게 뭐하는 거요"
"의사 양반들이 머리가 그거밖에 안되슈"

분당서울대병원 신종인플루엔자 임시진료실을 총괄하고 있는 이중의 응급의학과 과장은 요즘 욕먹는게 일이다. 하루에도 의심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700명씩 몰려들어 바로바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대기시간이 길어질수록 불만이 커져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게 임시진료실을 총괄하는 이 과장의 '주된' 업무다.

"7명의 의사가 온종일을 진료에 매달리는데 오래 기다린 환자들인 만큼 문의가 많아 환자 1명에 적어도 10분은 소요됩니다. 의사 1명이 한시간에 환자 7명 남짓 밖에 보지 못하니 한시간에 많이 봐도 70명인데 환자들 오는 속도는 100명을 훌쩍 넘어요. 이러다보면 3~4시간씩 기다리는 일은 예사니 불만이 터져나올 수 밖에요."



그렇다고 기계식으로 타미플루만 처방할 수도 없는 일. "몇시간을 기다렸는데 3분 보고 끝이냐"고 항의하는 환자들 입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제때문에 일부 병원에서는 대기인원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접수 자체를 중단하고 있기도 하다.

이 과장은 "접수를 중단하면 더 난리가 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렇게 하면 이렇게, 저렇게 하면 저렇게 문제가 생겨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9일 오전 분당서울대병원 신종플루 임시진료소에서 사람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29일 오전 분당서울대병원 신종플루 임시진료소에서 사람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 병원은 지난 8월 거점치료병원으로 지정받은 후 임시진료소를 설치, 성인진료팀과 소아진료팀으로 나눠 24시간 긴급진료를 시작했다. 9월까지는 하루 50~60명의 환자들이 내원했지만 10월 들어 100명을 넘어서기 시작하며 수직상승, 현재는 하루에만 700여명이 병원을 찾는 상황이다. 이 중 100명 가량은 접수해놓고 기다리다 지쳐 그냥 돌아간다.

임시진료소의 정규 진료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소아과 의사 2명과 내과의사 1명, 응급의학과 의사 4명이 투입돼 적게는 5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까지 이 일에만 매달린다. 정해진 일반 외래진료는 보통 때처럼 진행하며 빈 시간에 추가적으로 병행하는 것이다. 정규 이외의 시간에는 응급의학과 의사 5명이 투입된다.

이 과장은 "명절날 기차표 사듯 한밤 중이나 새벽부터 찾아오는 사람들도 100명은 된다"며 "정신없는 곳으로 유명한 응급실이 지금은 오히려 평온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직접 진료에 임하는 의사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은 하루에도 수백번 같은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것이란다. "가족 중에 환자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 "직장에 나가도 되냐", "검사를 따로 받아야 되냐" 등이 대표적인 단골질문. 진료시간을 줄여 더 많은 환자들을 빠르게 보기 위해 일일히 묻지 않도록 문답을 써붙여놓기도 했지만 소용없다.

"신종플루가 얼마나 많은 희생자를 낼지 모르겠지만 너무 호들갑 아닌가요. 정말 위험한 다른 질환들을 정부가 이번 신종플루처럼만 관심갖고 관리했으면 다 해결됐을 겁니다. 환자도 힘들고, 병원도 힘들고, 독감 하나에 온 나라가 뭐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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