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캔버라 같은 글로벌 명품도시로…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송선옥 기자, 전혜영 기자 2009.10.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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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미래를 위한 세종시의 해법<하>"자급자족도시 건설에 논의집중 필요"

# 2005년 1월6일 국회 신행정수도대책특별위원회. 이날 열린 회의에서 여야는 '신행정수도 후속 대안에 대한 원칙'과 관련 대상지역을 연기공주지역으로 하고 도시가 40만~50만명 규모의 자족도시가 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다음날 진행된 열린우리당 브리핑에서 김한길 의원은 "정부는 이제까지 '행정특별도시' '행정중심도시' '교육과학도시'라는 3가지 안을 제안했는데 여야가 이틀 동안 토론하다보니 이 3가지가 제목만 다를 뿐 내용에서 유사성이 있다"고 말했다.



즉 행정특별도시나 행정중심도시가 다른 기능을 제외하는 게 아니고 한나라당의 다기능복합도시 역시 행정기능을 배제하자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여야가 그린 도시의 밑그림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3년10개월여가 지난 지금. 여권에서 '행정'부문의 백지화 또는 축소를 들고 나오면서 세종시 해법은 자족도시를 위한 '플러스 알파'가 아니라 '원안'의 수정이냐 아니냐가 이슈가 됐다.



그러나 사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서 충청으로 수도를 옮기는 것을 끝까지 반대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최근 '원안' 수정에 대해 저항운동을 선언한 것을 보면 세종시 원안에 대한 입장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세종시 논란은 '원안'이라는 하나의 기호에 매달려 정치적 상징투쟁을 하고 있을 뿐이고 각론을 들여다보면 '플러스 알파'는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자급자족도시를 위해선 '원안'만으로는 안되며 '플러스 알파'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정략적 판단을 떠나 세종시를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한 해법은 어떤 콘텐츠를 담느냐를 고민하는 데서부터 찾을 수 있다.


그런 까닭에 "포항의 허허벌판에 포항제철을 만들고 구미 들판에도 전자산업단지를 세워 수십년간 그걸로 먹고 살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플러스 알파'로 논의의 초점을 옮기려는 시도로 읽힌다.

경북 포항의 경우 포항제철을 중심으로 새롭게 중심 시가지가 형성되고 기존 도시의 확장개발을 불러왔다. 1967년 당시 6만8000여명이던 포항의 인구는 2008년 51만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1986년 포항공대가 설립되면서 산업과 대학이 결합된 자급자족도시로 거듭났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자족도시를 만들기 위한 결론은 명약관화하다. 행정 중심이 아닌 교육과학 중심도시로 가야 하는 것이다.

남영우 고려대 교수(지리교육학)는 "행정만으론 사람을 모으기 힘들다"며 "중요한 것은 인구흡인력이 있는 기능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이 좋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다만 대학이나 교육기관은 고용창출 능력이 없어 산업기능이 필요하다"며 "행정 중심이 아니라 교육과학 중심이나 산업벨트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봉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는 "교육기관이 하나 들어가면 1명당 1000만원 넘는 유발효과가 발생한다"며 "사실은 (행정기능을) 없애는 게 제일 좋지만 그럴 수 없으니 행정도시를 할 거면 그나마 교육 중심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 중심도시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호주 행정수도 캔버라다. 허허벌판의 내륙에 건설된 캔버라가 행정수도로 성공한 이유는 바로 호주 국립대학 때문이다. 정보기술(IT)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한 호주 국립대학은 캔버라를 젊은 인재들이 숨쉬는 도시로 만들었다. 인재가 많다보니 세계 유수의 IT 대기업과 벤처기업들이 따라 모였다.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은 대통령의 발언이나 전문가들의 주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기존 `행정중심복합도시'란 표현 대신 '녹색첨단복합도시'로 법률명을 개정하고 발의를 준비 중이다.

임 의원은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을 삭제, 재검토하고 녹색첨단복합도시에 들어오는 기관에 조성된 토지를 장기 무상임대하거나 조세감면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도시가 됐든, 기업도시가 됐든 정부와 여당은 '행정도시'의 비효율성에 주목하고 '자족도시'를 향한 장정을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국민과 충청권, 야당을 설득하기도 전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원안고수'라는 입장 표명에 직면하는 등 난관에 봉착했다. 해결사로 나선 정운찬 국무총리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다. 국민들이 백년 앞을 내다보는 혜안과 소신으로 '글로벌 명품도시'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고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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