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 진짜 정점 지났나?

오동희 기자, 진상현 기자 2009.10.07 17:30
글자크기

4분기 계절적 비수기지만 펀더멘털은 더 강해진다

7일 오전 7시 30분께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출근길.

올 3분기에 분기기준 최대인 4조 1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밝혔던 삼성전자 경영진들의 출근길 표정은 밝았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삼성전자의 양대 축을 책임지고 있는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장)이나 최지성 DMC부문 사장도 3분기 호성적을 축하하는 인사에 밝게 답했다. 4분기에도 기대해달라는 악수도 나눴다.



이날 삼성사장단협의회 회의에서 진행된 '2009년 경영실적과 2010년 경영 여건점검'에서는 내년 시장에 대한 밝은 전망도 내놨다.

매달 첫 주 사장단협의회 회의를 주재하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30여 명의 사장단과 함께 진행한 회의에서 올해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내년에도 준비를 잘해 더 좋은 실적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날 사장단은 내년에도 각 분야에서 시장평균 성장률 이상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올해보다 내년 경제사정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환율 1100원대 이하에서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시장의 성장세보다 더 가파른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3.09% 하락했다. 4거래일 연속 하락해 72만 2000원으로 장을 마감해 4일전 81만 원대였던 주가는 11.4% 속락하며 70만 원대를 위협받고 있다. 외국계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주가하락의 동인이었다. 4분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삼성전자의 실적이 정점을 지났다'는 게 이들의 주식매도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는 환율 하락 등 경영 환경의 변화와 4분기 계절적인 이익 감소 시점과 맞물리면서 상승 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분기에는 반도체를 제외한 액정표시장치(LCD), 휴대폰, TV 등 주요 사업 부문의 이익이 줄어들 전망이다. 휴대폰이 주축인 정보통신과 TV 등 디지털미디어 등 완제품 부문은 환율 하락과 마케팅 비용 상승 등이, LCD는 패널 가격 하락이 이익 감소의 주된 요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과 패널 가격 하락 등 이익 감소의 상당 부분이 계절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3분기 실적에서 확인된 반도체와 LCD의 원가 절감 속도, 휴대폰 TV 등 완제품 부문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4분기 영업이익을 2조5000억 원 정도로 예측했던 증권사들이 많았지만 3분기 실적 추정치 발표 후에는 3조원 안팎으로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도 적게는 11조원 대에서 많게는 17조원까지 보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2004년의 11조7500억 원 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익 전망치들은 대부분 내년 원/달러 환율을 1100원~1150원으로 잡고 추정해 환율 하락 영향까지 포함한 수치다.

반도체는 수요가 살아나고 있어 이익 감소를 우려할 정도의 급격한 가격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D램은 40나노급, 낸드 플래시는 30나노급 등 첨단 공정 비중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어 원가 절감에 따른 안정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LSI의 높아진 경쟁력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LCD는 과잉 공급이 재현될 수 있다는 일부 우려가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올해 보다 사정이 나을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다.

휴대폰과 TV 등 완제품 부문은 환율 하락 영향으로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높아진 브랜드 가치나 제품 경쟁력이 영향을 최소화 시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 이익은 줄어들겠지만 내년 1분기부터는 다시 좋아질 것"이라며 "주가도 일정 기간 조정을 거친 후 재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