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변' 현대차노조, 노동판도 바뀌나

박종진·김보형 기자 2009.09.2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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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조합원들 '반감'이 '투쟁조직'을 눌렀다"… 민주노총 변화 불가피

민주노총 산하 단일 사업장 최대 조합원을 거느리고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 역할을 해온 현대차 (250,500원 ▲4,500 +1.83%) 노조의 지도부가 14년 만에 바뀌었다. 강경 투쟁보다 실리주의 노선을 지향하는 후보가 당선됐다.

금속노조 중심의 정치투쟁과 민주노총의 산별노조 재편에 반감을 가진 현장 정서가 '변화'를 택했다는 평이다.



최근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노조가 늘고 있는데다 현대차 노조가 사실상 민주노총의 인적 물적 토대가 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노동계 판도를 바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제3대 집행부 결선투표에서 기호1번 '전진하는현장노동자회' 소속 이경훈(49) 후보가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2만1177표(52.56%)를 얻어 강경파로 분류되는 기호 3번 '민주현장' 권오일(43) 후보 (1만8929표, 46.98%)를 눌렀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4명의 후보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장 온건한 실리주의 노선으로 꼽힌다.

이 후보는 과거 6번이나 선거에 출마해 4차례 1차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번번이 결선투표에서 패했다. 1차 투표 1, 2위가 맞붙는 결선에서 강성 후보들의 강력한 조직 결집력에 밀린 것이다.


즉 올해 선거에서는 일반 조합원들의 정서가 조직력을 이길 정도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한 조합원은 "예상과 달리 선거전 초반부터 일찌감치 이 후보가 상승세를 보였다"며 "과거 강성 지도부들의 무능과 부패, 금속노조의 파벌싸움과 무분별한 정치투쟁에 대한 조합원들의 실망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8, 10, 12대 노조 집행부가 금품과 관련된 일로 물의를 빚었다.



특히 올해는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 짓지도 못한 채 지도부가 내부 갈등으로 중도사퇴하고 금속노조와는 지역지부 재편문제(현대차지부를 해소하고 각 사업장의 해당 지역지부로 편입)로 갈등을 빚는 등 혼란을 거듭해왔다.

이 같은 현대차 노조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금속노조는 물론 민주노총 등 노동계 전반으로 퍼질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산별중심의 노조 운동 재편, 정치투쟁 등이 약화될 수 있다.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노총의 투쟁동력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는 1994년 역시 실리 노선으로 알려진 이영복 노조위원장 당선됐을 때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그 해에 현대차 노조는 파업을 하지 않았다.



더구나 반민주노총 정서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기아차 등 선거를 앞둔 다른 대형사업장 노조에도 잇따라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앞서 올 초 울산 NCC 노조를 시작으로 지난 7월 조합원 2만8000여명의 대형 노조인 KT가 민주노총을 탈퇴해 8월 말까지 민주노총을 떠난 노조는 16개(노조원 약 3만2000명)에 달한다. 여기에는 인천지하철(조합원 821명), 인천국제공사(672명) 등 대형 공공 노조도 포함됐다.

또 민주노총 공공운수 연맹 소속인 서울메트로, 대구·광주도시철도 등도 오는 10월 조합원 총회에서 민노총 탈퇴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아울러 내달 마무리되는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도 변수다. 강성인 기호 1번 박유기 후보에 맞서는 기호 2번 김창한 후보가 당선된 이 후보와 같은 계열이다.

노동계 전문가는 "이번 선거로 기존 노동운동 방식에 대한 조합원들의 염증이 분명히 드러났다"며 "어떤 식으로든 내외부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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