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국주식 러브콜 더 간다

김일태 웅진루카스투자자문 애널리스트 2009.09.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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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뜨거운 증시, 베팅할까/ 외국인 얼마나 더 살까

2009년 9월14일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폭제가 된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 후 국내증시는 제2의 외환위기설, 미네르바 사건 등 비관론에 휩싸이며 1000포인트가 붕괴되기도 하였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놀랍게도 1700포인트를 넘어선 상태이다. 드라마틱한 V자 반등의 중심에는 외국인이 자리 잡고 있다.

2009년 3월 이후 최근 6개월간 수급을 살펴보면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은 약 7500억원 매도우위이며 외국인은 무려 약 23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하였으며, 기관의 경우 약 19조원의 순매도를 기록하였다. 그동안 시장은 1127포인트에서 1718포인트까지 약 52% 상승하여 외국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외국인이 꾸준한 순매수로 지수를 이끄는 동안 기관은 지수상승에 따른 펀드환매의 증가로 인해 시중에 물량을 공급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으며 그에 따른 수익률 언더퍼폼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은 코스닥시장에서는 2조원 이상의 순매수를 보였지만 코스피시장에서는 중립포지션을 유지하였다.
외국인 한국주식 러브콜 더 간다


* 최근 6개월간 거래소시장 수급추이, 대신증권

지수가 상승할수록 펀드환매 증가로 인해 기관의 순매도가 증가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외국인이 시가총액 대형주 위주로 공격적인 순매수를 지속하며 종합주가지수를 끌어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인의 국내주식에 대한 열정적인 러브콜을 다음과 같은 3가지의 간단한 논리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외국인이 보는 종합주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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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틀린 그림 찾기와 같은 두개의 차트를 자세히 보면 큰 차이점을 찾아낼 수 있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두 차트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동일한 차트다. 두 차트 모두 같은 기간의 종합주가지수차트다. 그러나 차이점은 위의 차트는 원화기준이라는 것이고 아래의 차트는 달러화기준의 차트라는 것이다. 즉 동일한 실체를 어떠한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국내투자자는 위의 차트를 보고, 외국인투자자는 아래차트를 본다는 것이다. 즉 위의 차트를 보면서 투자하는 국내투자자가 아래의 차트를 보고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를 당연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다.

원화기준의 차트를 보면 최근 주가인 1650포인트는 역사적 고점인 2085포인트 대비 약 80%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리먼 사태가 터지기 전인 1400포인트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미 손실폭을 만회하고 약 20% 정도 추가 상승한 상태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보는 달러기준 차트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역사적 고점인 1112.73포인트에 비해 최근 654.29포인트는 약 59%에 해당한다. 즉 원화기준 80% 올라온 주가와 달리 아직 고점대비 60%도 회복을 못한 상태다. 리만사태가 터지기 전인 617.28포인트와 비교해보면 이제 리만사태전의 주가를 회복한 정도로서 20% 초과 상승으로 나타나는 원화기준 차트와 차이가 있다. 즉 환율을 고려한 외국인의 시각으로는 주가의 반등폭이 더 작으며 추가상승의 여지도 그만큼 더 존재하는 것이다.


◆일부 섹터에 대한 러브콜

올해 3월5일부터 9월14일까지 약 6개월간 업종별 외국인 수급현황을 살펴보면 통신업을 제외하고 전 업종에서 순매수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의 경우 약 6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금융업의 경우 최근 매수강도를 더해가며 순매수규모가 4조500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운수장비의 경우 최근 현대모비스 (223,500원 ▲500 +0.22%)현대차 (250,500원 ▲4,500 +1.83%) 지분인수로 모비스 주식을 대량매도함으로써 순매수 규모가 2조원 정도로 줄어든 상태이며 철강과 화학업종에서도 각각 2조원,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즉 약 23조원의 순매수 규모 중 IT, 금융, 철강, 운수장비, 화학 5개 업종에 대한 순매수 규모가 16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전체 순매수규모의 70%가 넘는 수치이다.

다시 말해 순매수규모의 70%가 5개 섹터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외국인투자자의 업황에 따른 선별적 순매수는 업종간 주가차별화를 야기하고 있고, 이는 투자수익률 차별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업종에 따른 편중현상은 외국인이 시장에 투자하기보다는 일부 경쟁력이 강화되는 업종에 대한 투자를 집행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즉 경쟁업체의 구조조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IT나 자동차에 대한 투자가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외국인 한국주식 러브콜 더 간다
* 최근 6개월간 외국인 매매추이

◆비중의 자연스러운 회복



코스피시장의 외국인 보유비중을 살펴보면 금융위기 전인 2007년 7월 약 35%에 달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외국인들은 환금성이 좋은 국내 주식을 가장 먼저 내다팔기 시작하였다. 그로 인해 2009년 4월경에는 약 27%까지 코스피 보유비중이 감소하였다. 올해 4월부터 외국인들은 일부 업종을 필두로 한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 현재는 약 31% 정도로 올라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전의 비중과 비교해보면 아직 4%나 감소한 수치이다.

이러한 외국인의 매수세는 유동성부족으로 일시적으로 빠져나갔던 투자자금이 유동성문제가 해소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유입되는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감소했던 적정 보유비중이 자연스러운 회복국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아직도 약 4% 정도 보유비중 증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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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에 빠진 기관



올해 국내기관은 최악의 시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수가 오를수록 계속되는 환매증가로 시장은 상승하는데 주식은 지속해서 팔아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환매증가로 주식을 팔아야 하고, 주식을 팔수록 수익률은 하락하고 그로 인해 환매는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관투자자의 악순환 딜레마는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에 의해 주도되는데 한몫하고 있고 외국인은 이러한 무기력한 기관의 상황을 100%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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