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술집 피흘린 채권선수로 가득찰 것"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09.09.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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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폭등 '쑥대밭'… 한은총재 뜻밖 금리인상 뉘앙스 파장

"오늘밤 여의도 술집들은 채권시장 선수들로 가득 찰 겁니다."

10일 채권시장 장 종료 후 한 채권 브로커는 격앙된 목소리로 이같은 말을 내뱉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채권시장이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말 한마디에 쑥대밭이 됐기 때문이다.

투매속에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하루새 0.21%포인트 폭등하는 등 채권시장이 패닉에 빠져들었다. 국채선물시장은 장 한때 65틱 이상 빠지면서 급락했다.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금통위 직후 이 총재에서 나온 발언은 채권시장에 청천벽력으로 다가갔다. 이 총재는 현 금융완화 상태에 대해 "상당히 크다"고 평가하고 "금리를 올려도 긴축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출구전략이 없다는 청와대와 재정부 사인에 안주하던 채권시장은 경악했다.



연내 금리인상 신호로 받아들이며 시장 참가자들은 장 내내 매물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설상가상으로 국채선물시장에서 대규모 매수를 지속했던 외국인들이 손절매에 나서면서 낙폭이 커지자 채권 데스크 여기저기서 매도호가를 외치는 비명 소리가 난무했다.

어떤 채권시장 참여자는 "제대로 한방 맞았다"고 했다.


또다른 한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오늘 피흘리는 전사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선물이나 현물 모두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한 범위를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여 손실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전했다.

채권시장에 가해진 충격타가 커지자 이날 한은과는 엇갈린 시그널을 보냈던 정부에 대한 원망도 난무했다.



다른 채권시장 참가자는 "그동안 정부가 출구전략 조기시행에 회의적인 입장을 강조하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게 덜어진 상황이었다"면서 "결국 대통령과 장관의 발언이 거짓말이 된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그는 "앞으로 정부가 확장적 통화정책 유지한다는 발언을 다시 한다해도 시장이 믿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양치기 소년이 됐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잇딴 통화정책 발언이 한은을 자극해 이 총재가 필요 이상 강경한 발언을 한 것 같다"면서 "한은의 독립성을 흔드는 듯한 태도를 취했던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증권사 채권 브로커는 "승용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덤프트럭에 받친 꼴"이라며 "수리도 하고 병원도 다녀오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고 비유하며 채권시장에 9월 금통위 후폭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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