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느리다는 인식 바꿀 것"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09.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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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인터뷰/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공기업은 느리다는 인식 바꿀 것"


‘1초 경영으로 세계 최고 전기안전 전문기업으로 도약’

사무실 벽에나 걸려 있을 법한 구호가 명함의 모서리에 적혀 있다. 임인배(55)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의 명함이다. 아직 예전 명함을 사용하는 다른 임직원의 그것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문구다.

임 사장은 작지만 알찬 공기업으로 만들겠다며 ‘1초 경영’이라는 서비스 정신을 임직원에게 무장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그의 경영철학을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위기 때는 1초 경영을 펼쳐라>(라이트북닷컴 펴냄)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외모에서 풍기는 작지만 단단한 이미지는 그의 경영 스타일과도 흡사하다. 공기업 혁신은 대기업처럼 강력하고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3선 의원에서 직원 3000여명의 중소 공기업(?)으로 이사왔지만 ‘실적이 객관화된 수치로 나와 의욕이 생긴다’는 임 사장에게 취임 1주년을 맞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치인으로 살아왔음에도 경제서적을 출간했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공기업의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현장에서 느낀 경험을 토대로 출간하게 됐다. 1초 경영은 단순히 시간을 단축하자는 ‘빨리빨리’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시장 대응력을 극대화 시키자는 취지다. 예컨대 정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출동해 고객이 안심하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1초라도 빨리 복구하자는 것이다. 물론 강제 규정은 없다. 다만 직원 각자가 이러한 서비스 정신을 갖자는 자율적인 규범이다.

이미 공사 내에서는 1초 경영 혁신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경영혁신 등 24개의 중점추진과제를 선정했고 올해 말까지 모두 수행할 계획이다. 공기업은 느리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싶다.


-기업 구조 개선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우리 공사도 타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부채가 400억원에 이른다. 결국 허리띠를 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우선적으로 취임 이후 노사협상을 통해서 성과상여금을 임원은 20%, 직원은 15%를 반납했다. 조직 개편은 22개팀을 12개처ㆍ실로 줄였고, 10월 중순까지 5개 사업소를 폐지한다.



또 정원을 10% 감축해 인력운영의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직원 한명이 책상머리에 앉아 점검을 완료했다고 허위 보고를 올렸다가 적발돼 해고한 바 있다. 단순히 감봉 정도의 징계로 잘못을 덮던 관행을 깨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도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은 3개월간 교육 및 평가 후 부적격 판정 시 즉시 퇴출할 계획이다.

-노조의 반발이 적지 않을텐데.



▶그래서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복지 향상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 세 들어 살던 목포, 속초, 예산, 김천상주지사를 매입해 근무환경을 개선 중이다. 궁극적으로 30%대에 머물고 있는 자가 사옥 확보율을 임기 말까지 5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또 올해 무주택 직원의 내집 마련 지원을 위해 일단 2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기혼 직원의 건강진단도 배우자까지 확대하는 등 직원 복지 개선을 진행 중이다.

기존의 호봉제도 연봉제와 성과급 차등 적용 등으로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높은 임금을 주는 체계로 바꿨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먹고 자는데 불편이 없어야 더 열심히 일할 것 아니겠나.



한편으로 매주 두 번씩 부서별로 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스킨십도 열심히 갖고 있다. 얼마 전 점심식사에서 한 기러기 아빠인 직원이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기에 그쪽으로 발령을 냈더니 좋아하더라.

-먹거리는 찾았나?

▶해외시장에 눈을 돌린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지난해 중국과 태국 등지에서 2억원가량을 수주했지만 올해는 남극 세종기지를 비롯 오만, 사우디, 쿠웨이트, 앙골라, 카타르 등에서 순이익만 20억원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월20일에는 몽골 자원에너지부의 저르거트 장관과 전기안전에 관한 기술협정을 체결했다. 공사는 몽골공무원의 전기안전 교육과 컨설팅, 주요 공공시설물의 전기안전진단과 전기화재 연구분야 등을 지원하게 된다.

주로 전망이 밝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다른 나라들을 물색 중인데 궁극적으로 우리 공사의 기술력을 세계적인 표준으로 만들려고 한다.

국내 개발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생활수준이 올라오자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있지 않는가. 결국 선진국을 가늠하는 잣대는 국민소득보다 안전과 환경이 우선될 것으로 확신한다.



-국내에서 진행하는 주요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나?

▶크게 두가지다. 서민 안전 확보와 기업 서비스 부분이다. 우선 서민 안전 서비스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스피드콜(1588-7500)을 농촌과 사회복지시설까지 확대하고 있다. 전기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한국전력에 전화하지 말고 24시간 스피드콜을 이용해 달라. 아직도 많은 고객들이 전기안전사고에 대해 우리 공사보다 한전을 더 많이 찾는다고 하더라.

이 외에 재래시장 전기설비 개선, 영ㆍ유아 보육시설 부적합 설비 개선, 농어촌 독거노인과 돈사ㆍ우사 등 취약시설 개선 등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 안전은 스피드콜을 본떠 비즈니스콜 제도를 도입했다. 법으로 강제된 전기안전 점검 주기는 3년이지만 우리 공사와 에버파트너십이라는 전기안전 기술협정을 맺으면 매년 전기안전 컨설팅과 24시간 출동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공사 차원에서도 새로운 수익원이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소회를 밝힌다면?

▶공사에 부임하면서 국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공기업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당장 인원감축과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힘든 곳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이다. 스피드콜 수혜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도록 하겠다.



올해는 공사 창립 35주년이 되는 해다. 경영자의 미덕은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국민께 봉사하는 전기안전공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임인배 사장은…

임인배 사장은 1954년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났다. 해양대에 입학했다가 영남대 법학과로 편입했다. 졸업 후 은행, 건설사, 해운사, 교사, 검찰 수사관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29살부터는 서울 명지대 앞에서 돈가스점을 차려 3년 만에 3층짜리 빌딩을 살 정도로 큰돈을 벌었다.



임 사장은 이때 번 돈을 고향 중고생들의 장학금으로 기부하며 '대인배'로 통하기도 했다. 수혜 학생만 연간 300명, 총 5000명가량이다. 이때부터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다가 40세가 되던 1996년 김천시에서 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12년간 같은 지역에서 3번 연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피감기관과의 향응 의혹에 휩싸여 경선조차 치르지 못하고 낙천됐다.

이후 이를 지속적으로 보도한 일간지와의 법정싸움에서 승소하면서 누명을 벗었지만, 가난한 농부 출신인 임 사장의 아버지는 이때의 충격으로 올 4월 세상을 떠났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한 그는 지난해 10월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저서로는 김구 선생의 백범일기를 쉽게 풀어 쓴 <조국을 남기고 님은 가셨습니다>(고려원 펴냄), <꿈을 파는 국회의원>(그린하우스 펴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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