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회장 '직무정지 상당' 중징계 결정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박재범 기자 2009.09.03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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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우리銀 투자손실 책임 크다"..9일 금융委서 최종 확정될 듯

퇴직한 최고경영자(CEO)에게 과거 투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냐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이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직무정지 상당'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퇴임 후 1조 원이 넘는 거액의 손실이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전·현직 은행장에게 이런 중징계를 가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 제재안이 확정되면 황 회장은 징계 확정일로부터 4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임기가 2011년 9월로 현직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연임이 불가능해지는 탓에 KB지주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에 투자해 총 1조6200억 원 가량의 손실을 본 것과 관련, 이 같은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2005~2007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에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과정에 황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외형확대정책을 추진하면서 투자은행(IB) 부문에 과도한 자산 증대 목표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상품의 투자위험과 신용등급 특성을 간과하고 신용등급 기준만으로 투자하는 등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를 소홀히 한 책임이 크다고 봤다. 이로 인해 황 회장 재임 기간 중 우리은행이 총 1조1771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판단했다.

황 회장 측은 대리인을 통해 투자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고, 파생상품에 대한 손절매 기회가 충분히 있었기에 책임이 없다는 구체적인 소명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황 전 행장이 은행법을 위반하는 등 투자 손실에 큰 책임이 있다는데 심의제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결정은 오는 16일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합동간담회를 거치지 않고 9일 개최될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을 끌 수록 중징계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금융감독 당국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탓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직무정지 이상의 제재는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징계 수위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 회장 측은 금융위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징계를 내린 당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어 법적 소송까지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예금보험공사 역시 금융위의 중징계 방침이 확정된 직후 예보위원회를 열어 황 회장에 대해 경영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투자손실과 실적부진의 이유를 들어 경고 혹은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를 가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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