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말 한마디가 하느님의 이메일인양…"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9.09.0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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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철 국가신종인플루엔자 자문위원장

"WHO 말 한마디가 하느님의 이메일인양…"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신종플루에 감염됐다가 모르고 지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유행과정의 3분의2가 지나갔다고 본다.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쓸데없는 불안, 공포로 휴교하고 난리를 피우고 있다."

박승철 국가신종인플루엔자 자문위원장(69·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1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매우 무책임하게 불안을 조성하고 약만 많이 사놓으라고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WHO 말 한마디를 하느님이 보낸 이메일 정도로 받아들이는 정부, 언론, 일부 학자들이 큰 문제"라고 질타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국민들의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심이 상당히 큰 상황인데.
▶홍콩플루 이후 40년 만에 신종플루가 급습하며 인류가 매우 긴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결근, 결석, 앓아눕는 일, 폐렴 입원, 사망 등 질병피해를 살펴보니 신종임은 틀림없으나 피해규모는 태풍에 비유하면 C급 정도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다.



-국내에서 사망자가 나오면서 크게 우려하는데.
▶한국에서 유행 4개월 동안 환자는 4000명이 넘었으나 사망자는 4명뿐이다. 환자 숫자가 많다고 하나 누적 숫자일 뿐 실제로 입원 환자는 3명(지난달 31일 기준)에 불과하다. 3명만이 사망했고 나머지는 건강하게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이미 신종플루를 이겨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플루의 독성이 약해서 사망자가 적은 게 아니라 바이러스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 특히 한국인의 체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도 강해졌다는 얘기다. 이번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스페인독감이 유행했던 1918년에 유행했다면 그 때와 같은 피해를 입었을 지도 모른다.(당시 전세계 사망자는 5000만명 이상이었고, 국내에서도 14만명이 사망했다.)

-신종플루 유행과정이 3분의2를 넘어섰다고 했는데.
▶국내에서 이미 많은 사람이 신종플루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은 증세가 나타나 병을 앓는 현증 감염과 증세 없이 지나가는 불현증 감염이 있다. 불현증 대 현증 비율은 보통 10대1수준으로 본다. 체력이 강해서 면역력이 강한 나라는 이 비율이 더 높다. 모르긴 몰라도 혈액 검사를 해보면 많은 사람에게서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지나간 흔적이 나올 것이다.


-정부나 국민들이 과도한 공포감을 갖고 있다는 얘긴가.
▶그렇다. 한국은 지금 신종플루 그 자체는 물론 막연한 불안·공포라는 이중의 적과 싸우며 막대한 예산과 인력투입을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예산과 인력투입은 국민과 언론의 불안, 공포에 대한 비용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 각국의 대응은 어떤가.
▶세계 각국은 매우 차분하다. WHO와 영국 정도가 호들갑을 떨고 있는 정도다. 매우 우려된다.

-국내에 타미플루가 부족하는 지적이 많은데.
▶타미플루는 바이러스가 한 세포에서 증식 후 다른 세포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특효약은 아니다. WHO에서 과대선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크게 효과적이지도 않은 약을 많이 비축할 수 있다. 쓸 데만 쓴다면 부족하지 않다. 가수요가 문제다. 그러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백신을 맞으면 걸릴 걱정이 없나. 언제 맞아야 하나.
▶100% 예방되지는 않는다. 계절독감 백신의 경우 보통사람은 80~90%, 노인은 60~70%가 예방된다. 또 항체가 생기는데 2~3주가 걸리므로 유행 시작 3주 전에는 맞아야 한다.

-홍콩에서는 항체를 신종플루 치료제로 개발한다고 하는데.
▶바이러스 병은 한번 걸려서 이겨내면 항체가 생긴다. 이 항체는 다시 동일한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발을 못 붙이게 막아준다. 이를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공포감을 버리고 평상시처럼 생활하면 되나.
▶신종플루 때문에 뭐하나 못 하는 것이 있나. 보통 감기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가볍게 넘어가고 있다. 불안감을 없애고 예방 수칙만 잘 지키면 된다. 특히 물만 보이면 손을 씻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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