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철 국가신종인플루엔자 자문위원장(69·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1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민들의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심이 상당히 큰 상황인데.
▶홍콩플루 이후 40년 만에 신종플루가 급습하며 인류가 매우 긴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결근, 결석, 앓아눕는 일, 폐렴 입원, 사망 등 질병피해를 살펴보니 신종임은 틀림없으나 피해규모는 태풍에 비유하면 C급 정도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다.
▶한국에서 유행 4개월 동안 환자는 4000명이 넘었으나 사망자는 4명뿐이다. 환자 숫자가 많다고 하나 누적 숫자일 뿐 실제로 입원 환자는 3명(지난달 31일 기준)에 불과하다. 3명만이 사망했고 나머지는 건강하게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이미 신종플루를 이겨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플루의 독성이 약해서 사망자가 적은 게 아니라 바이러스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 특히 한국인의 체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도 강해졌다는 얘기다. 이번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스페인독감이 유행했던 1918년에 유행했다면 그 때와 같은 피해를 입었을 지도 모른다.(당시 전세계 사망자는 5000만명 이상이었고, 국내에서도 14만명이 사망했다.)
-신종플루 유행과정이 3분의2를 넘어섰다고 했는데.
▶국내에서 이미 많은 사람이 신종플루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은 증세가 나타나 병을 앓는 현증 감염과 증세 없이 지나가는 불현증 감염이 있다. 불현증 대 현증 비율은 보통 10대1수준으로 본다. 체력이 강해서 면역력이 강한 나라는 이 비율이 더 높다. 모르긴 몰라도 혈액 검사를 해보면 많은 사람에게서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지나간 흔적이 나올 것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정부나 국민들이 과도한 공포감을 갖고 있다는 얘긴가.
▶그렇다. 한국은 지금 신종플루 그 자체는 물론 막연한 불안·공포라는 이중의 적과 싸우며 막대한 예산과 인력투입을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예산과 인력투입은 국민과 언론의 불안, 공포에 대한 비용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 각국의 대응은 어떤가.
▶세계 각국은 매우 차분하다. WHO와 영국 정도가 호들갑을 떨고 있는 정도다. 매우 우려된다.
-국내에 타미플루가 부족하는 지적이 많은데.
▶타미플루는 바이러스가 한 세포에서 증식 후 다른 세포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특효약은 아니다. WHO에서 과대선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크게 효과적이지도 않은 약을 많이 비축할 수 있다. 쓸 데만 쓴다면 부족하지 않다. 가수요가 문제다. 그러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백신을 맞으면 걸릴 걱정이 없나. 언제 맞아야 하나.
▶100% 예방되지는 않는다. 계절독감 백신의 경우 보통사람은 80~90%, 노인은 60~70%가 예방된다. 또 항체가 생기는데 2~3주가 걸리므로 유행 시작 3주 전에는 맞아야 한다.
-홍콩에서는 항체를 신종플루 치료제로 개발한다고 하는데.
▶바이러스 병은 한번 걸려서 이겨내면 항체가 생긴다. 이 항체는 다시 동일한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발을 못 붙이게 막아준다. 이를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공포감을 버리고 평상시처럼 생활하면 되나.
▶신종플루 때문에 뭐하나 못 하는 것이 있나. 보통 감기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가볍게 넘어가고 있다. 불안감을 없애고 예방 수칙만 잘 지키면 된다. 특히 물만 보이면 손을 씻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