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9개월만에 한국 등급전망 상향

여한구.이학렬 기자 2009.09.0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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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객관적 성과지표+정부 숨은 노력 '합작품'

무디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와 더불어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2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지 9개월여만이다.

지난해 피치가 국가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을 하향조정한 나라 중 원상 복귀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또 피치는 올해 27건을 하향 조정한 가운데 투자적격 이상 국가 중 한국에 대해서만 유일하게 상향 조정했다. 국가신용등급은 'A+'가 그대로 유지됐다.



'부정적'은 수개월 내 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고 '안정적'은 현 등급 수준이 적정하고 당분간 유지된다는 의미다

김익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등급이 잇달아 하향 조정된 가운데 우리나라를 상향조정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외국 투자자가 한국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피치는 한국의 등급전망을 올린 주요 배경으로 △위기극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거시경제지표 및 외화유동성 개선 등을 꼽았다.

정부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말 재빨리 10조원의 수정예산을 편성하고 올해는 28조4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 적극적 재정 투입을 통해 경기 회복을 선도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5.1%까지 곤두박칠쳤던 전기대비 경제성장률은 1분기 0.1%에 이어서 2분기에는 2.7%까지 성장했다. 외환보유액도 7월말 현재 2375억1000달러까지 불어나면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1000선이 붕괴됐던 코스피지수는 1600선을 웃도는 등 주식시장도 위기 이전으로 돌아갔다.


피치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한 정부의 금융 및 재정정책이 신속하고 적절하게 이뤄졌고 경상수지 흑자, 단기외채 감소 및 외환보유액 확충 등으로 대외 채무 상환불능 우려가 현저하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피치가 이례적으로 한국의 등급전망을 올리게 된 배경에는 이런 객관적인 지표 성과 외에 보이지 않는 정부의 노력도 일조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8~10일 한국에서 연례협의를 마치고 돌아간 피치가 지난달 10일께 한국의 등급 조정을 안건으로 한 등급위원회를 개최한다는 첩보를 접하고 곧바로 여름 휴가 중인 허경욱 제1차관을 홍콩에 급파해 피치의 선임 애널리스트를 만나게 했다.

허 차관은 한국의 등급전망이 상향돼야 하는 당위성을 각종 경제지표를 제시하면서 조목조목 설명했다. 때마침 70일 넘게 이어져온 쌍용자동차 파업사태가 마무리되고 강성노조였던 KT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재정건전성과 외채, 외화유동성 등 피치의 주관심사인 3대 사항에 대해서는 연례협의 후에도 실시간으로 분석자료 및 개선내용을 제공한 것도 도움이 된 것으로 정부는 자평했다.



정부는 피치의 등급전망 상향으로 한국이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대처해나갔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도 국내금융기관 신용등급 또는 전망이 상향조정될 여지가 커졌고 해외 차입 여건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해외투자자의 투자심리를 개선해 주식 및 채권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북핵실험, 후계 문제에 따른 최근 북한 상황이 현재로서는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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