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검은 9월?'...불길한 출발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9.02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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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나스닥, 1000-2000 아래로...금융주 매물 집중

9월 첫 거래일 미 증시가 일제 급락세를 보였다.
경기지표는 양호했지만 지난달까지 지속된 급등세에 대한 경계매물이 금융주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185.68포인트(1.96%) 떨어진 9310.60을 기록했다.
금융주 비중이 높은 S&P500지수는 22.58포인트(2.21%) 밀린 998.04를 기록, 1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나스닥지수 역시 40.17포인트(2.00%) 하락한 1968.89에 머물렀다.



하락 출발했던 이날 뉴욕 증시는 지표 개선 기대가 강화되며 장 초반 상승 반전하기도 했다.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8월 제조업지수는 전월의 48.9에서 52.9로 상승, 2007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50을 넘어섰다. 잠정주택 판매도 예상보다 큰폭 증가했다.

하지만 장 중반 들어 최근 랠리에 따른 가격 부담감이 가중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한달간 상승폭이 가장 컸던 AIG 등 보험주, 씨티 그룹 등 은행주에 매물이 집중됐다.



오후들어 자동차 업체들의 지난달 매출이 발표되면서 정부의 중고차 보상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로 반등시도가 무산됐다.

3대 지수 모두 장중 최저점 수준에서 하루 거래를 마쳤다.

◇ "많이 올랐다"..."9월은 위험한 달"


S&P500지수 기준으로 미 증시는 지난 3월 연 저점 이후 6개월간 연속 전진, 52% 상승했고, 상장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9배로 올라섰다.

이는 2004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주가순익비율이다. S&P500지수는 또 지난달 3.4% 오르며 6개월 연속 월간 강세를 이어갔다. 이는 2007년 1월 이후 최장기 강세다.



하지만 1982년 이후 단 한차례도 8월과 9월이 동시에 랠리를 보인 적이 없었다는게 월가의 '징크스'이다. 1928년 이후 S&P500지수는 9월 평균 -1.3%를 기록했다. 연중 가장 나쁜 성적이다.

◇금융주 매물 집중

랠리 부담감은 보험주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AIG는 샌퍼드 번스타인이 AIG의 순자산가치를 마이너스 64억달러로 추정, 투자의견을 강등하면서 21% 폭락했다. AIG 주가는 8월 한달동안 세배 폭등했다.
미 최대 보험사 메트라이프 역시 레이몬드 제임스 파이낸셜이 가격부담을 이유로 투자의견을 '시장중립'으로 낮추면서 7% 떨어졌다.

부동의 거래량 1위를 고수하며 지난달 58% 올랐던 씨티도 9.2% 떨어졌다. 이날도 14억2000만주가 거래되며 뉴욕증권거래소(NYSE) 거래량의 20%를 휩쓸었다.
AIG 씨티와 함께 부실금융주 랠리를 이끈 패니매, 프레디 맥도 각각 18, 17% 떨어졌다.

포드자동차는 지난달 판매가 17% 늘어난 18만2149대를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4.7% 내려섰다.
'중고차 보상프로그램' 영향으로 포커스와 퓨전 등 소형모델의 판매가 크게 늘었음에도 판매 확대 정도가 기대에 못 미쳤을뿐 아니라 9월 이후 '역풍'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미 최대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GM)는 지난달 미국내 판매가 24만6479대로 전년동기 대비 20.2% 줄었다고 밝혔다.

GM에 앞서 파산보호에서 벗어난 크라이슬러도 지난 한달간 9만3222대를 파는데 그쳐 15%나 실적이 뒷걸음쳤다. 지프 브랜드의 판매 감소는 6%에 그쳤지만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판매가 23% 급감했다.

◇ 제조업·부동산 지표 개선



미국의 제조업경기는 19개월만에 확장세로 돌아섰다.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8월 제조업지수는 전월의 48.9에서 52.9로 상승했다. ISM제조업지수가 경기 확장과 위축의 경계선인 '50'을 넘어선 것은 2007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8월 ISM제조업지수는 또 전문가 예상치도 웃돌았다. 블룸버그통신 전문가들은 지난달 ISM제조업지수가 50.5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신용위기와 경기 침체의 발원지인 주택시장도 완연한 안정 신호를 보냈다.

미국의 잠정주택 판매가 예상보다 큰폭 증가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7월 잠정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3.2% 증가했다고 밝혔다. 7월 잠정주택 판매 증가세는 전월의 3.6%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블룸버그통신 전문가 예상치 1.6%는 크게 웃돌았다.



이로써 잠정주택 판매는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주택시장 회복 신뢰를 한층 강화했다.

선행지표격인 잠정주택 판매의 거듭된 증가세는 향후 기존주택 판매의 개선도 예고하고 있다. 잠정주택 판매 변화는 보통 기존주택 판매에 2~3개월 앞선다.

반면 건설지출은 예상 밖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7월 건설지출이 9580억달러로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당초 블룸버그통신 전문가들은 7월 건설지출이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민간건설 지출이 3개월래 첫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민간 부문 주택 경기 회복 희망은 이어졌다.

◇ 유가 급락...'달러 선호'



미 증시 급락과 달러화 강세 여파로 국제 유가가 3% 가까이 급락하며 68달러선으로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1.91달러 떨어진 68.05달러를 기록했다. 마감가격기준으로 지난달 18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WTI는 지난주 한때 배럴당 75달러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인 31일에도 3.8% 급락했다.



미 증시 하락여파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부각되며 달러화는 강세를 이어갔다. 오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0.02% 하락(달러화 강세)한 1.4222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파운드 환율도 0.8%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0.24% 떨어진 92.89엔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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