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CEO들이 함께 모여 산다면

황인선 KT&G 북서울본부 영업부장 2009.09.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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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톡톡]300개의 전문가 마을

은퇴한 CEO들이 함께 모여 산다면


50대 후반에 은퇴한 선배 CEO를 뵀습니다. 이 분 역량이면 20년은 더 일할 수 있을 텐데. 돈 있으면 뭐합니까? 일이 있어야지.

한국에 생겨나는 사회변화 3가지를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 하나는 실버화인데 청년실업 때문에 말은 못하지만 지금 4-50대들은 어느 덧 늘어난 10년 여명을 생각하면 앞이 안 보이는데 이제라도 영어공부를 하겠다던 90살 선배의 말씀이 또렷합니다. "30년 죽어라 일하다가 60에 은퇴, 죽을 날만 기다리다 30년을 낭비했어." 3-40대들은 앞 세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하나 말똥말똥 봅니다.

- 두 번째는 전문가 사회의 확대입니다. 교육열과 치열한 경쟁 덕분에 중국, 러시아가 갖지 못한 수십만의 각 방면 전문가들이 양성되었는데 이들이 곧 사회에서 대거 은퇴합니다. 돈, 인맥, 전문지식을 갖춘 이들은 의학 발달과 샹그릴라 신드롬으로 역사상 가장 젊은 프로실버일 겁니다. (이들이 좋아하는 폭포는? '나이야-가라'폭포)



모 논설위원은 "20세기에 부국으로 새로 진입한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한국이 부국으로 가려면 양질의 자원인 프로실버들을 활용해야"한다고 했는데 이들이 50대 후반에 코끼리 무덤에 순장되면 그들의 지식과 에너지가 사장되죠. 중견-원로가 존경의 대상이 아닌 사회니까요. 우리 평생은 '학습기- 사회기- 포스트 사회기'로 나뉠 텐데 이 포스트 사회기 대책이 없습니다. 그러니 펜션, 식당업, 학교, 정치판에 뛰어듭니다.

- 또 하나는 초거대도시와 웹 사회 심화로 '脫-Mom 증후군'과 '출구 찾기'현상이 올 거라는 겁니다. 아이가 어머니와 떨어지면서 오는 불안감, 수구초심의 심리현상이 '탈- 맘 증후군'인데 도시화란 결국 어머니인 자연에서 떨어지는 것이고 향후 대도시 재건계획인 초고층과 底深化 도시가 될수록 이런 이격감은 더할 겁니다. 자살과 우울증 증가, 다운쉬프트 등이 이런 징후들이겠죠.

도시 디자인에서 참고하는 인류학적 성찰인 '도피-전망의 영역이론'으로 보면 인간은 숨을 곳과 전망이 적당히 어울려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노출되어 있습니다. 스팸메일과 폭력적 댓글, 파파라치, 스토커, 도시를 어슬렁거리는 막가파 하이에나들로 도시는 정글이 됩니다. 도피처가 필요한 거죠.


하나 더 들라면 중부내륙 문제입니다. 경제개발이 서해안과 동해안, 수도권을 중심으로 태평양과 중국만을 바라보고 움직이니 백두대간 거기는 텅 비게 됩니다. 노령화도 심각하죠. 이 문제는 성숙한 민간사회가 체계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여기에 한국의 지속 가능경영이 달려있습니다.

제 3의 인생, 포스트 사회기를 여는 획기적 방법은 무엇일까?

화천의 이외수, 부천의 만화가 마을, 봉하의 대통령 마을…. 워렌 버핏 보려고 연 수십만이 찾는 오마하, 창조도시, 기업도시 모델에 힌트가 있습니다.

중부내륙지방에 300개의 전문가마을을 만드는 겁니다.

마케터, 만화가, 의료인, 뮤지션, 저자, 언론인 마을, 법, IT, 외국인 마을 등. 새마을 운동을 업그레이드한 제2의 운동이 되는 거죠. 마을엔 촌장이 있고 입촌은 58세 이상. 요즘 건강관리로 보면 58세는 젊은 오빠! 마을 당 400명(배우자를 빼면 250명) 수준의 실버 전문가들이 모여서 강의, 사이버 연수, 컨설팅, 출판에 국내외 네트워크를 연결시키며 집단지성을 높이는 겁니다.

그들의 지혜를 얻으러 도시의 젊음과 기업들, 해외에서 연수팀들이 찾겠죠. 그들 1인은 최소 500명 정도의 네트워크는 될 테니 숫자로는 우리 사회 1%지만 지식, 네트워크 가중치는 20%이상. 그들의 무력화나 해외유출을 막을 수 있고 지식이 불똥 튀는 메디치효과가 창출될 것이고 국토는 균형 발전할 것이며 사람들은 이 마을에 입촌하기 위해 50대 끝까지 노력할 겁니다.

그러면 왜 건강해야 하는지, 왜 계속 공부하며 스스로의 이론을 만들고 책을 써야 하는지 10년, 20년 목표가 10년 생기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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