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시장도 "구조조정 모범기업 우대"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8.2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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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구조조정 성과 따라 어음할인율 차별

대기업 구조조정을 대하는 명동의 잣대가 엄격해졌다. 그룹의 지명도보다 구조조정 성과에 따라 계열사 어음 할인율에 큰 차이를두는 게 단적인 예다.

◇구조조정 순항, 할인율 '뚝'=최근 명동 사채시장에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대기업 A사가 계열사 명의의 어음 30억원어치를 할인해달라는 문의가 들어왔다. 대개 대기업에서 이 정도 규모의 어음할인을 문의해오면 재무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해 할인을 꺼린다.



하지만 명동에선 A사 계열사의 어음할인 타진에 대해 크게 괘념치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일시적인 유동성 확보 차원으로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명동의 대부업체 관계자는 "계열사를 계속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잇따라 실시하는 과정에서 어음할인 문의가 들어온 것이라 비교적 낮은 금리로 할인을 해줬다"면서 "더구나 발행사가 A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만큼 유상증자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할인을 요청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A사는 구조조정이 시작된 지난 4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6월에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35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같은달 계열사 2곳을 1015억원에 매각한데 이어 추가로 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해 명동에선 이 기업의 회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또다른 계열사 1곳을 모자산운용사에 2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구조조정 난항, 할인율 '들쑥날쑥'=대기업인 B사의 상황은 정반대다. B사는 계열사 매각작업에 난항을 겪는데다 경영권을 놓고 1차례 소동이 벌어져 명동의 평가도 우호적이지 않다. 이에 따라 B사의 계열사 2곳에서 발행한 어음이 돌고 있으나 금리 편차가 크다.

명동 관계자는 "B사 계열사 어음할인율은 1% 이하에서 2% 초반까지 편차가 상당히 크다"면서 "이로 인해 시장에선 할인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명동이 대기업 어음에 대해 구조조정 성과를 보며 할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 것은 지난 연말 C사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홍역을 치른 여파라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설명이다. C사는 당시 유동성 위기로 명동을 찾았고, 업계도 대기업이어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어음을 할인해주었다. 정작 C사는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관계사 어음을 할인해준 명동업체들은 한동안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명동 관계자는 "대기업도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된 후 명동에선 지명도보다는 재무상황이나 구조조정 성과 등을 더 따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채시장도 "구조조정 모범기업 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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