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들은 어디로 날라 가고, 사람들은 ‘괜히 일 만들라’싶은지 지나치고. 차들은 끽-. 망설이다가 약간 비겁하게 직원을 시켜서 말을 붙였더니 그녀. “꺼져” 휴. 세상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아래의 망설임을 학습하게 됩니다.
- 도와주자니 쑥스럽고 안하자니 뭔가 뒤 켕기고.
- 앞에 서려니 튄다고 할 것 같고 뒤에 서려니 기분 안 나고,
- 마음에 쏙 드는 그녀. 대쉬하자니 망신? 안하자니 평생 후회,
- 못된 학생 놈 혼내주자니 위험한 것 같고 안하자니 바보 어른 같고,
재미있는 것은 이 딜레마에 엄청난 시장이 있다는 건데 혁신자는 이 딜레마를 잘 활용하는 사람입니다.
90년대 CF 퀸 탄생을 알린, 이제는 떠나간 그녀의 “남편 귀가 시간은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삼성 비디오 광고. 일찍 들어가자니 재미없고 늦게 들어가자니 신부가 무서운 그 딜레마 시장을 두드린 빅 캠페인이었습니다.
◇하바안욕 손실
‘사람이 그렇지 뭐’라고 생각한다면 이걸 돈과 시간으로 환산하면 달라질 겁니다. 그 기회손실들. 이렇게 날아간 손실을 ‘하.바.안.욕 손실’이라고 불러볼까요?
이 시각 인기 뉴스
계량화하면 수십조 원도 넘을 겁니다. 자식 유학 보내자니 막차 같고 안 보내자니 원망들을 것 같아 엉거주춤 쓰는 사교육비 수조 원에 수십만 명의 방문판매 사원이 구사하는 ‘옆집 사모님은 말이죠.’마케팅에 귀 얇은 주부들이 지불하는 돈, 일 년에 에어컨 열흘도 안틀면서 355일 잡아먹는 엄청난 가구들의 공간 손실? 나가자니 피곤하고 안 나가자니 아이들 눈망울이 찔리는 샐러리맨들이 주말이면 부르릉 떠나는 저 수만 대의 차량들 기름 값과 시간...
내 인생의 ‘하바안욕 손실장부’를 만들어 보면 얼마나 까먹었는지 깜짝 놀랄 겁니다. 가계부는 돈만 계산하지만 이 장부는 시간의 손실도 계산해주죠.
◇한 번이라도 질러 보면 달라진다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가 특이한 개성과 열정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 극적인 순간에 일어나는 변화라면 거꾸로 이 ‘하바안욕’ 신드롬은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를 막는 고착성의 요소가 됩니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이 신드롬은 더 커져가죠.
‘늙어서 잘 살자니 조심해야겠고 젊은 사람이 좀 쩨쩨한 것 같고’ 지금은 대리니까, 아직은 부장이니까... 망설이다 80년 갑니다. 노령화가 무서운 게 아니라 수많은 망설임에 마음이 늙는 게 더 무섭습니다.
모 행위예술가는 절망에서 벗어나려고 ‘나는 날마다 혁명을 한다.’며 광화문 1인 퍼포먼스를 하고 천호식품 사장은 ‘10미터만 더 뛰어’ 보라고 했습니다. 필자가 이 하바안욕 신드롬에 도전한 것은 크게는 04년 블라디보스토크 원정이벤트였던 KT&G ‘서태지와 상상체험단’이었고 작게는 ‘주부가 마케팅을 알아야 한다.’고 미친 척 냈던 '헤라마케팅'이었습니다.
칭찬도 듣고 욕도 먹었는데 욕 안 먹고 한 인생 살겠습니까? 욕 한 번 먹고 더 뜨겁게 살면 되지.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언제 그처럼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말,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이 신드롬을 벗어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는 한 번 지르기가 방법입니다. 어렵더라도 에라! 하고 한번 질러 보는 것. 필자는 직원들에게 일 년에 10개의 아이디어를 내서 그중 하나만 지르면 그 뒤 세상은 달라질 거라고 말합니다. “언제까지 남의 사례나 외고, 성공한 사람 자기계발서 보며 대리만족할 겁니까?”
내면에서 솟구치는 열정과 기회에 충실하게 몸을 던져야 사회, 내가 하바안욕 딜레마에서 벗어나고 하바안욕 손실을 줄일 수 있겠죠. 주접떨라는 건 절대 아니고요. 하바안욕 신드롬은 퇴치대상 1호 사회적 전염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