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짧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 대표이사 부사장 2009.08.1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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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기간에 읽은 '클래식, 그 은밀한 삶과 치욕스런 죽음'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파바로티와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 '스리 테너'는 1990년 7월 이탈리아 월드컵 축하공연을 펼칩니다. 이때 영국계 음반사 '데카'는 이들에게 100만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음반을 발매합니다. 이 음반은 예상을 뒤엎고 무려 1400만장 팔렸습니다. 엄청난 판매량에 흥분한 스리 테너는 데카 측에 웃돈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파바로티만 몰래 100만달러를 더 받았다는 사실이 그의 매니저에 의해 드러났습니다.

#전쟁광 히틀러는 바그너와 안톤 브루크너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특히 히틀러는 자신과 같은 린츠 태생의 브루크너가 바그너의 죽음에 바친 교향곡 7번을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과 맞먹는 독일 음악의 정점으로 여겼습니다. 2차대전의 전황이 점점 불리하게 돌아갔을 때 장송곡풍의 이 곡은 히틀러의 심정을 너무도 잘 대변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베를린이 연합군에 의해 함락되기 직전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이 마지막으로 선곡돼 방송에서 흘러나왔습니다.



#휴가기간에 낮잠을 자고 일어나 펴든 고전 '장자' 내편 제물론(齊物論)에는 그 유명한 '나비의 꿈' 얘기가 나왔습니다. 장자는 어느날 나비가 된 꿈을 꾸었습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된 채 유쾌하게 즐기면서도 자기가 장자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었을까요,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일까요. '장자'의 역자 안동림 선생은 이에 대해 장자가 나비고 나비가 장자인 경지가 강조되는 세계로, 상대가 없는 경지, 차별이 없는 경지, 그것이 바로 장자가 그린 유토피아의 세계라고 해석합니다.

'장자'의 핵심 사상인 제물론은 도(道)의 입장에서 보면 현실세계의 선악과 시비, 아름다움과 추함, 옳은 것과 그른 것, 깨어 있음과 꿈꾸는 것, 심지어 죽음과 삶까지도 서로 구분하고, 상대적으로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의미한 가를 거듭 강조합니다.



#경제현상을 보는 데도 구분하고 쪼개고 분별하기보다 하나로 보고 통합해서 인식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금처럼 실업자가 넘쳐나는 시기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해서 비판을 받았지만 사실은 옳은 얘기를 한 것이지요. 평택의 쌍용차 사태를 통해 확인됐지 않았습니까. 해고가 돼야 취업이 된다는 역설적이지만 단순한 진실 말입니다.

경제가 회복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니까 부동산투기 규제대책을 내놓아야 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기엔 좀더 신중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경제회복과 성장, 그리고 투기는 별개가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 말입니다. 투기를 잡으려다 자칫 겨우 살아난 경제를 죽일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서민 프렌들리'도 좋지만 '중산층 프렌들리'도 중요하고 '강남 프렌들리'도 필요합니다. 또 정권 초기에 잠시 얘기되다가 흐지부지된 '기업 프렌들리'도 다시 추진해야 합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성악가 파바로티와 돈을 무척 밝힌 파바로티, 전쟁광이었던 히틀러와 클래식광이었던 히틀러를 함께 알아야 그들을 제대로 알게 되듯이 경제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업과 해고, 투기와 경제회복, 서민과 중산층 그리고 강남사람들, 이들은 모두 하나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모두가 절대며, 모두가 옳다(Whatever is, is right)는 말도 있습니다. 짧은 여름휴가를 마치며 해본 짧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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