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치인 입각을 공식 요청했다. 15일 이후로 점쳐지는 개각을 코앞에 두고서다. 물밑으로야 얘기가 오가지만 공개적인 요청을 해온 마당에 청와대로서도 마냥 모른 체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집권 2기를 맞아 대폭적인 개각을 통해 인적 쇄신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게 안 원내대표와 당내 다수 의원들의 생각이다.
이 대통령은 정치인 입각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가 출신으로 정치인에 대한 오랜 '반감'도 있지만 장관은 '일하는 자리'라는 게 지론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당내 의원 2~3명이 개각 인사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당 지도부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정치인 입각을 줄기차게 건의한 데 이어 안 원내대표가 공식석상에서 다시 한 번 요청하고 나섰다. 청와대도 이번엔 어느 정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관심이 가는 것은 친박(친박근혜)계 입각 여부다. 지난 5월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됐던 4선 중진 김무성 의원은 신설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정무장관 후보로, 수석정조위원장 출신인 최경환 의원은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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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청와대에서 친박계에 장관직을 제안할지도 불투명하지만 친박계에서도 입각을 달가워하지만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최근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고 선택 받은 사람도 개인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일"이라며 친박 입각에 대해 나름 선을 그었다.
친박계 내부에선 누구든 입각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친박계 꼬리표를 달고 화합이나 탕평의 의미로 입각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략적인 윤곽은 이르면 10일 이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공식 회동하는 자리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각자 하계 휴가를 보내면서 하반기 정국 구상을 가다듬은 직후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10월 경남 양산 재선거 출마와 대표직 사퇴여부, 이로 인한 당 지도부 개편 등에 대한 의견을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합형 대표인 박 대표가 9월 이전에 조기 퇴진할 뜻을 전한다면 이 대통령의 개각 구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친박계 끌어안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