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들을 순순히 내주고도 유리한 고지를 점한 북한은 한숨 돌리고 있는 반면 미국과 한국은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제 2차 핵실험 이후 살벌하기만 했던 북미 관계에 대화의 물꼬를 튼 데다 건강악화설에 시달려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자신들의 외교원칙과 한국 정부에 대한 배려 등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개인적인 자격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방북으로 인해 양국의 긴장관계가 다소 누그러졌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북한은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메시지'가 전달됐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방북이 양국 사이의 "이해를 깊이 하고 신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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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또 클린턴 전 대통령과 면담 및 만찬을 통해 자신이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건강악화설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김 위원장은 최근 췌장암 발병 소식 등이 전해지면서 건강악화설이 퍼졌었으나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건재함을 보여줬다.
◇美, 여기자 구했지만 '후폭풍' 부담=채 24시간도 안 되는 짧은 방문으로 140여일을 끌어온 여기자 억류문제를 종결지은 미국은 외견상 성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후폭풍'이 문제다. 북한의 핵실험을 이유로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주도하다가 돌연 비공식적 외교 라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흠집을 남길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그간 꾸준히 제기돼 온 북한에 대한 '잘못된 보상'을 답습하는 꼴이 됐다는 점에 있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커지고 있다.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 "테러리스트와 협상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韓, '닭 좇던 개'? 국내여론 악화=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가장 곤란해진 것은 한국이다.
현 정부가 강조하던 한미공조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데다 우리 국민의 억류 문제가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존에 하던 데로 억류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론이 악화되면서 마냥 시간을 끌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당장 야당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개성공단 유씨 문제, 연안호 송환문제, 금강산 문제 등에 우리 정부 어떤 대책 취하고 있는지 답답하다"며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된 대책 밝히고 언제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것인지에 관한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