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선물 팔기 시작한 '외인'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8.03 07:43
글자크기

3주만에 선물 매도… 비관론자들의 항복, 고점 우려 낳기도

코스피지수가 1550선을 돌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외국인이다. 예상을 뛰어넘은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빠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이 촉매로 작용했지만 외국인이 쏟아 부은 막대한 자금이 없었다면 단기간에 이처럼 급등세를 연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6주 연속 순매수 중이고 그 강도는 갈수록 강해져 7월 한달 5조8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월간 단위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매수를 최근 인기 드라마에 빗대어 '사다함의 매화'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시장을 비관적으로 예측했다 결과적으로 틀렸던 한 시황 분석가는 자신의 실수는 '외국인의 매수가 이처럼 강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외국인의, 외국인에 의한, 외국인을 위한 증시'라고 표현할 정도로 지금 시장은 거의 외국인이 장악하고 주도하고 있는 상태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기업들의 실적은 호전되고 있고 한국의 경제회복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미국의 경기도 바닥을 지났다는 분석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중국은 이미 잠재성장률 수준의 경제성장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게다가 헤지펀드나 지역펀드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이제는 장기투자를 주로 하는 글로벌펀드도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기적으로 외국인의 매수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단기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시점이다. 증시가 이처럼 빠르게 상승한 배경이 외국인이었다면 조정의 계기도 외국인의 변화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현물시장에서의 외국인 매수 강도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다만 선물시장에서는 다소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외국인은 지난주 9월 선물을 9500계약 순매도하며 3주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증시가 박스권과 1500선을 돌파하던 7월 중순에는 외국인이 현선물 동시 순매수를 보였었다.

물론 지난 한주만으로 외국인의 태도 변화 여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순매도 성격도 아직은 단정짓기 곤란하다. 최근 단기 상승을 목적으로 들어왔던 세력들이 차익을 실현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현물시장에서 매수하고 있는 세력들이 헷지 목적으로 선물을 매도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어느 경우에도 증시의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감을 어느 정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로 인해 선물시장의 베이시스가 악화됐다. 덕분에 프로그램 매수 강도가 지난주 둔화됐다. 외국인과 프로그램이 동반 순매수에 나서면서 지수 급등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외국인의 외끝이 매수가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주 외국인의 선물 매매 움직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장에서는 비관론자들의 자기반성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시장이 강한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해 왔던 증권사들이 잇따라 자신들의 예측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시장 예측을 수정하고 있는 것.



코스피지수 1500선 이상에서는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토러스투자증권이 이날 예측이 틀렸다고 인정했다. 토러스증권은 조정을 거치지 않는 지수의 상승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과열을 식히는 조정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지만 조정의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하반기 코스피지수 목표를 1650으로 상향 조정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수익 추정치가 최고를 기록했던 2007년과 비교해 보면 ‘낙관적 편향'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지난 2년간의 원화 약세 효과와 중국의 내수부양정책의 규모와 강도를 감안해 보면 적어도 올해 하반기의 수익 추정치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신영증권도 올해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1680으로 상향조정했다. 올들어 1450에서 1550으로 한차례 수정한 뒤 코스피지수가 이마저도 돌파하면서 추가 상향 조정한 것이다. 다만 상승 열기가 남아서 추가 상승의 룸이 있지만 그것은 달구어진 돌이 서서히 식는 이치와 유사하다며 1600선 이상으로의 진입은 금융위기 이후 펼쳐진 제 1 장 파티의 막바지 신호로 본다고 밝혔다.



이처럼 비관론자들이 잇따라 항복하면서 하반기 코스피지수 목표치가 평준화돼 가고 있다. 다만 비관론이 사라진 시점이 고점이라는 증시 격언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