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韓주식 외면하죠?"

주이환 KB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2009.07.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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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인사이트]"국내투자자, 외인보다 비관적"

"한국인은 왜 韓주식 외면하죠?"


"국내에서 외국인들이 왜 주식을 그렇게 사냐고 물어보면 답답하고, 외국인들이 왜 국내에서 우리 주식시장을 외면하느냐고 물으면 부끄럽다."

지난 2004년 8월에 한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던 한국인 임원에게서 들은 말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매수가 최대 화두이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거래소시장에서 16조원 이상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5월 이후의 순매수가 주목된다. 당시 국내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1,400p 전후로 상승하자 가격 부담이 커졌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후 주식매수를 주저하였다. 그러나 그때 이후로도 외국인의 국내주식 사랑은 식지 않았다. 5월 이후 11조원의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투자자들은 '도대체 외국인이 무슨 이유로 이처럼 국내 주식을 사는 것이냐', '언제까지 매수를 지속할까'라는 질문을 던질 뿐 좀처럼 의심의 눈초리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필자는 지난 2004년 외국계 증권사 임원의 말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외국인의 한국주식 사랑은 충분히 이유가 있다. 다만 우리 스스로 우리를 저평가하고 있을 뿐이다. 전세계 35개국의 경기동향을 분석하고 있는 OECD 자료를 보면 결론은 자명하다. 한국의 경기회복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각국의 경기향방을 예고하는 OECD 선행지수의 경우 지난 5월 수치까지 발표된 상태다. 해당 수치를 보면 전체 OECD의 종합선행지수가 3월부터 상승반전하여 이제 3개월째 상승 중이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미 상승하기 시작하여 벌써 6개월째 상승 중이다. 한국의 경기회복신호가 그만큼 일찍 시작되었고, 또 빨리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금번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은 엄청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선행지수가 이제 2개월째 상승 중이다. 일본은 아직도 하강 중이며 독일 선행지수는 3개월 상승에 그치고 있다. 한국에 필적할만한 국가는 중국, 인도 정도인데, 그래도 아직 4개월 상승 중이다.

자, 여러분이 글로벌 투자자라면 어디에 투자하겠는가? 위기의 출발점이면서 이제 겨우 회복신호를 보이는 미국에 투자하겠는가, 아니면 아직 하강 중인 일본에 투자하겠는가? 미국보다는 낫지만 위기극복에 필요한 강력한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유럽국가가 좋은가? 아니면 각종 불투명성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한국보다 회복 모멘텀이 작은 중국, 인도를 우선하겠는가?


결론은 당연히 한국이다! 외국인들은 그 결론을 실천에 옮기고 있고, 또 자신들의 판단착오를 이미 반성하였다. 한때 외국계 투자기관들은 한국의 2009년 성장률을 -4% 이하로 전망하며 극단적인 비관론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전망치를 빠르게 상향시키며 -1% 전후로 수정하고 있다. 어찌 보면 안면몰수 양상이어서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어쨌든 자신들의 잘못을 재빨리 시정하였다. 또 그 반성을 실천에 옮기며 국내 주식을 대거 순매수하였는데, 이는 본받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국내투자자들은 여전히 비관의 늪에서 뛰쳐나오기를 꺼리고 있다. 오히려 외국인들보다도 더 한국경제를 어둡게 보고 있고, 한국 주식에 대해 저평가하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그들의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고, 또 국내투자자들도 자주 인용하고 있다. 이번 위기 극복과정에서 한국경제의 우월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었고, 또 국내투자자들도 그것을 확인하고 있으면서도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다.



자고로 등잔 밑이 어둡다. 우리 스스로 한국경제를 평가절하지 말아야 하고, 한국 주식시장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다시 한 번 2004년이 일이 떠오른다. 당시 대통령의 8.15 경축사 중 한 대목이다.

"중국의 미래는 밝게 보고 일본의 현재도 높이 평가하면서 정작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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