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계륵'에서 '핵폭탄'으로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07.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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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차례 휴전 뒤 첨예한 갈등, 결국 무력충돌로

미디어법이 여야 갈등의 씨앗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100대 중점법안에 미디어법안을 포함시켰다.

미디어법안은 현재 국회를 마비시키고 폭력사태 우려마저 나올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이 때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문제로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했고, 미디어법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개정의 이유로 △미디어산업 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 △여론 다양성 확대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과 집권 여당이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며 처음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여야는 결국 '미디어법을 빠른 시일 안에 합의처리하도록 노력한다'는 원론적인 합의를 남긴 채 '휴전'에 들어갔다. 당시 글로벌 위기, 국내경기 침체 등으로 처리가 시급했던 경제관련 법안들을 서둘러 처리하느라 미디어법은 뒷전이었다.



하지만 올 2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을 둘러싸고 여야간 전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시킨 뒤 협상하자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미디어법을 대표적인 'MB 악법'으로 규정하고 상정 자체를 막았다.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 막판 문방위에 전격 상정해 처리를 시도했지만 역시 민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심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여야는 다시한번 '휴전 협상'을 벌였고 '문방위 산하에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100일간 여론 수렴 뒤 6월 국회에서 표결처리한다'고 합의했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관심 및 파급효과가 큰 미디어법을 섣불리 처리하는 데 부담을 느꼈고, 민주당은 통과 저지에 주력했다.


여야 합의로 진행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미디어법 개정을 위한 활동을 펼쳤지만 논란만 증폭시켰을 뿐 이렇다할 '중재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과 야당 추천 위원들이 '여야 대리전'을 벌이며 각각 서로 다른 방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합의기구가 오히려 이견을 공식화하는 '하청기구'로 전락했다.

한나라당이 단독소집한 6월 임시국회에서도 미디어법 협상은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7월 중순 민주당의 입장 변화로 어렵게 협상이 진행됐지만 양측은 종전 입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미디어법 반대투표' 논란이 불거지자 한나라당은 내부 갈등을 수습하면서 기존 입장을 누그러뜨리는 수정안을 잇따라 내놨다. 민주당 측도 신문·대기업의 방송 진출 허용과 관련해 지분소유 제한 등에서 부분적으로 양보하는 협상안을 내놓으며 한때 희미하지만 여야 합의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는 신문·대기업의 지상파 소유 등 핵심 쟁점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한나라당은 22일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여야간 합의를 강조해 왔던 김형오 국회의장은 한나라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날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여야는 미디어법 협상과 관련해 두 차례의 휴전을 거쳤지만 이는 이견 조정을 위한 '냉각기'가 아니라 오히려 이견과 갈등만 키우는 과정이었다. 이 속에서 "어차피 강행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한나라당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지공전술'을 폈던 민주당도 한나라당이 실력행사에 나서자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로 맞대응하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는 미디어법 협상과 실패가 우리나라 국회와 정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8개월을 소모전으로 일관했고 결국 무력충돌로 이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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