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선진국의 조건

이진수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09.07.2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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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선진국의 조건


선진국의 조건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전 유엔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은 모든 국민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유롭고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나라를 선진국으로 정의한 바 있다. (자료: http://www.unescap.org/unis/press/G_05_00.htm) 즉, 선진국은 소득뿐만 아니라 인권과 환경에 대한 의식이 모두 높은 나라로서 무엇보다도 그 혜택을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국가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처럼 일부가 아닌, 모든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에서 볼 때 흔히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국가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미국에도 개선돼야 할 점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의료서비스이다.



OECD의 보고서(Carey, Herring, and Lenain, 2009, "Health Care Reform in the United States,“ OECD)에 의하면 미국 의료서비스의 계층별 불균형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출은 2006년 현재 국민총생산(GDP)의 15.3%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고 의료서비스의 질도 매우 높다.

그러나 OECD 국가들 중 국민 모두에게 일반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운용되는 국민의료보험을 실시하지 않는 국가는 미국을 포함해 멕시코, 터키 등 3개국뿐이다. 이에 따라 2007년 현재 미국민들 중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16%에 해당하는 4600만명이며 특히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달할 경우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의 비율은 49%에 달한다.



의료서비스의 계층별 불균형이 심각한 문제인 것은 경우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정기검진 등을 받을 기회가 적어 병이 상당히 진전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의료보험이 있는 사람에 비해 암 등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다. 또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이 자동차 사고를 당한 경우 의료보험이 있는 사람에 비해 치료를 20% 정도 덜 받고 사망확률은 37%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Bernanke, 2008, "Challenges for Health-Care Reform")

이러한 점을 심각하게 고려해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제도의 도입 등 의료서비스의 계층별 불균형 완화를 최우선 정책과제의 하나로 삼고 있다. 이에 따른 재원마련을 위해 최상위 소득계층에 대한 세율 인상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조치에 대해 많은 언급들이 있어 왔다. 하지만 그 조치들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일부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지는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물리적인 투자의 확대에 못지않게 이러한 공감대를 토대로 한 비전의 제시는 향후 우리 사회와 경제가 보다 활기를 띠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실질적인 노력들이 이뤄지면서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화의 방향으로 접어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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