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싼 펀드, 수익률 더 높았다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2009.07.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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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수수료 테크/ ①펀드수수료 비밀 5

편집자주 펀드 주식 은행 카드 부동산 등 모든 거래에는 수수료가 따른다. 0.2%니 2%니 언뜻 들으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아 무시하기 쉽지만 따져보면 엄청나다. 만만하게 봤다가 큰코다친다는 얘기다. 우리가 거래하는 생활 속 많은 부분에서 수수료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수수료는 얼마나 되는지, 또 수수료에 얽힌 비밀은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수수료 다이어트 노하우를 알아봤다.

한때 펀드 광풍이 불던 시절, 은행에 가면 자사 정기예금 상품을 팔기보다는 펀드 팔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은행이 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심지어 경쟁사에서 출시된 펀드까지 못 팔아서 안달일까? 한번쯤 의아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수수료 싼 펀드, 수익률 더 높았다


펀드운용 성과보고서를 받아보고 미소를 띠었던 투자자, 왜 막상 펀드를 해약하러 가면 그 수익률이 나오지 않을까?



펀드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의문들, 그 비밀은 바로 수수료에 있다. 은행들이 한때 펀드판매에 열을 올렸던 이유도, 펀드 수익률을 계산해보면 항상 맞지 않은 이유도, 펀드 상담에 직원들이 그렇게 친절한 이유도 모두 이유는 한가지였던 것이다.

고수익을 좇아 펀드에 기웃거리는 투자자들이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쉬운 수수료. 하지만 그 비밀은 엄청나다.



투자자가 내는 펀드 수수료에는 우리나라 펀드 역사가 고스란히 숨어있다. 또한 펀드와 관계된 각종 금융회사 간 수많은 이해관계의 고리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수익금과 직결돼 있다.

결코 가볍게 보기엔 너무도 큰 펀드 수수료. 모르고 접근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펀드 수수료에 담긴 5가지 비밀을 알아봤다.

1. 펀드 수수료가 적금이자보다 높네?


펀드 수수료는 운용과 판매에 대한 대가로 운용사와 판매사에 지불하는 비용을 말한다. 우리나라 대표 주식 펀드 A펀드의 비용 내역을 들여다보자. 운용회사 보수는 총자산총액의 연 0.6%, 판매회사 보수는 연 1.9%, 수탁회사 보수는 연 0.04%다. 총합계 보수(수수료)는 순자산총액의 연 2.54%다.

너도나도 펀드 수수료가 연 2.5% 내외 수준이다 보니 한숨을 쉬다가도 그냥 참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주식형펀드 수수료는 어딜 가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인덱스펀드나 온라인 전용펀드의 경우 대부분 수수료가 연 2% 미만, 심지어는 연 1% 미만인 경우도 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넘어가는 펀드 수수료. 따져 봤더니 시중 은행 정기적금 금리보다도 높다.

A펀드의 일례를 들어보자. 1000만원을 투자했다고 할 때 운용보수 6만원, 판매보수 19만원, 수탁보수 4000원, 총 25만4000원이 1년 수수료로 나간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니라 매년 나간다.

그렇다면 반대로 1000만원을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안치시켰을 때는? 연 2.4%짜리 정기예금 상품을 들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세금 등을 제외하면 24만원이 채 안 된다. 결국 펀드 수수료가 시중 은행 적금 이자보다도 많은 셈이다.



2. 유난히 친절한 그녀, 이유는 여기 있었네

이쯤 되면 슬슬 약이 오른다. 도대체 내가 매년 내는 펀드 수수료가 은행 적금이자보다 많다니, 왜 그런 거야?

그 이유는 판매보수가 높기 때문이다. 흔히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에게 운용비용으로 높은 수수료를 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펀드매니저들에게 주는 운용보수는 대부분 연 1% 미만이다.



펀드 투자설명서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높은 판매보수에 놀랄 것이다. 판매보수는 대부분 연 1.5%~2.0% 사이다. 선취와 후취가 있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다. 운용보수보다 2배, 심지어는 3배 높은 경우도 있다.

이렇게 높은 판매수수료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것은 창구직원이 펀드에 가입하는 것을 친절하게 상담해준 대가로 내는 돈이다. VIP고객이 된 것 마냥, 창구 직원이 오랜 시간 목이 쉬도록 펀드상품 가입에 친절하게 응대해준 이유는 바로 내가 내는 판매보수 때문이다.

연 2% 가까운 수수료를 이 상담의 대가로 꾸준히 지불해야 한다면 펀드 가입 시 '친절하고 정확한 상담'은 내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펀드 판매수수료가 높은 또 다른 이유는 은행권의 파워와 과당경쟁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 판매를 운용사가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가면 판매 수수료가 낮아지겠지만, 현실적으로 운용사에 직접 가서 펀드에 가입할 투자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은행과 같은 낯익은 대형 금융회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들 금융사에게 판매를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은행에 자사 펀드상품을 팔아달라고 높은 판매보수를 쥐어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에도 운용보수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지만, 판매보수는 꽤 높은 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3. 실수령액, 실제 수익률보다 왜 적지?

적립식펀드에 가입한 지 5개월 만에 20%의 수익률을 거둔 투자자 K씨. 당장 해약하러 증권사에 방문했을 때 실제 수익률은 10%도 채 안됐다.



수수료 싼 펀드, 수익률 더 높았다
잔뜩 속이 상한 K씨는 펀드평가 운용보고서를 들이댔다. 분명 수익률이 20%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에 분명 창구직원이 실수를 했으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설명을 다 듣고 난 K씨는 실망하고 말았다. 도대체 K씨는 무슨 착각을 했던 것일까?

문제는 바로 환매수수료다. 바로 90일 미만 환매 시 이익금의 70%를 가져가도록 한 조항 때문이다. 문제는 K씨가 90일 이상 투자했기 때문에 '90일 미만 환매'라는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데 있다.

하지만 이것의 기준이 가입일이 아닌 마지막 납입일이라는 데서 오차가 있었다. 한 번에 목돈을 넣어두는 거치식의 경우 보통 처음에 한번 불입하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3개월 이상만 묵혀두면 환매수수료를 물지 않는다.



적립식펀드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보통 매월 불입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납입한 날로부터 90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환매수수료가 부과된다. 물론 펀드가 만기되었거나 최근 90일 동안 이익이 나지 않았다면 환매수수료를 낼 필요는 없다.

K씨의 경우 5개월 동안 적립식펀드에 불입한 뒤 묵히지 않고 곧바로 찾았기 때문에 처음 2개월분은 이익금 전부를 가져갈 수 있지만, 마지막 3개월(90일)치 이익금은 70%가 환매수수료로 차감된다.

여기에 배당이나 이자로 생긴 이익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환매 시 15.4%의 세금을 문다. 그러니 실수령액은 평가 수익률과 오차가 나게 된 것이다.



만약 적립식펀드라도 환매수수료를 내기 싫다면 불입 후 3개월 동안 납입하지 않고 묵혀두면 된다. 대신 수익률은 환매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3개월 전과 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유념!

4. 수수료가 비싼 펀드를 골라야 수익률이 좋다?

정기적금 이자보다도 많은 수수료가 아깝다면, 보수가 적은 인덱스펀드나 인터넷 전용 상품을 찾으면 된다. 인덱스펀드는 기계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운용보수가 낮아져서 수수료가 연 2%대 미만이다. 인터넷 전용펀드의 경우 판매보수가 낮아지기 때문에 역시 싸다. 창구 직원들의 친절한 상담료만큼을 내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오프라인에서 주식형펀드에 가입할 때다. 펀드에 대해 친절하고 정확한 상담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때 고민되는 것이 수수료다. 과연 수수료가 싼 펀드를 고르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아님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듯 수수료가 비싼 펀드가 좋은 펀드일까?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지난해 9월 말을 기준으로 과거 6년9개월 동안 100억원 이상인 일반주식펀드를 대상으로 신탁보수율(수수료)에 따른 성과차이를 조사해본 결과 수수료가 싼 펀드가 수익률이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싼 게 꼭 비지떡은 아니란 얘기다. 같은 조건이라면 수수료가 싼 펀드를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는 결론이었다.

단 예외가 있다. '한국밸류 10년 펀드' 등 배당수익률이 높고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펀드의 경우 수수료는 높지만, 수익률은 우수한 것으로 나왔다. 같은 조건이라면 수수료가 싼 게 좋지만, 가치투자펀드처럼 수수료는 좀 비싸더라도 질 좋은 펀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5. 펀드 자유이동, 수수료 싸질까?



이유야 어찌되었든 수수료는 펀드수익률을 그만큼 낮추는 재테크의 '적'일 수밖에 없다.

펀드의 판매보수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생각해서 다른 판매사를 이용하고 싶지만, 환매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것이 걸려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수수료가 거기서 거기다보니 싼 수수료를 찾아 옮길 만한 곳도 마땅치 않았다.

앞으로는 환매수수료 걱정 없이 보다 싼 판매사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올 4분기부터 펀드 판매사간 서비스 차별화와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와 '판매수수료 차등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새 판매사로 이동할 때 환매수수료를 물고, 판매수수료를 이중으로 내야 하는 고초를 없앤 것이다. 휴대폰 번호이동처럼 판매사를 이동하는 데 제한이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판매사들끼리 경쟁이 붙어 수수료가 과거보다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운용사 임원은 "운용사 입장에서도 매년 내야하는 판매수수료가 너무 높아 이를 다 제하고 나면 전체 펀드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쳤던 것이 사실"이라며 "펀드판매사 이동이 자유로워져 수수료가 인하되면 그만큼 투자자들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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