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대주주가 주식 팔고 떠난 이유는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9.07.1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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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와치]주식시장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요구

금호산업 대주주가 주식 팔고 떠난 이유는


"경영부실에 책임을 져야 할 대주주가 주식을 팔고 나간 것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최근 여의도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한 모 투자자문사 대표는 금호산업 대주주의 지분 매각에 대해 수긍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우건설을 비싸게 매수해서 결과적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대주주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나아가 일반주주보다 회사 중요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매도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일반주주의 정보차별 해소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보다 기업정보가 많이 공개되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문사 대표가 언급한 금호산업 대주주는 박찬구 금호아시아나 그룹화학부문 회장.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회장의 동생이자 금호산업 이사회 멤버다. 박 회장은 아들 준경씨와 함께 지분 4.84%(지난해 12월말 기준)를 7월초 전량 매각했다. 특히 금호산업의 대우건설 지분 매각 발표 이후에도 이들 부자는 68만주(1.10%)를 장내 매도했다. 반면 박삼구 그룹회장은 지분을 1.73%에서 2.14%로 소폭 늘렸다.

투자자문사 대표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박찬구 회장의 지분매각에 대해 시장에서는 일찍부터 우려를 나타냈다. 경영실패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과 거리가 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금호산업의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분 매도는 손실회피목적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됐다.



실제로 전일 만난 또 다른 투자자문사 대표는 "박 회장이 형제들인 다른 대주주와 협력해도 생존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서 금호산업을 팔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린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자칫 박 회장의 처신은 금호산업의 생존에 별로 관심없는 것으로 내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박찬구 회장 부자는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지난해말 10.01%에서 18.20%로 늘렸다.

사실 최악의 경우 최대 4조원대의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박 회장의 지분매각은 선의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금호산업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이사회 멤버이자 오너 일가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시장은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과거 전례를 보면 부실기업의 대주주는 감자나 출자전환 등으로 주주권리를 제약받았다. 사재 출연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요구받았다. 하지만 박 회장의 이번 지분매도는 이같은 희생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표현으로 해석된다.


또한 박 회장의 주식 처분은 ‘정보의 비대칭 해소’라는 해묵은 과제를 시장참가자들에게 또다시 던졌다. 박 회장의 신속한 지분정리는 내부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지위를 이용한 일종의 ‘불공정 게임’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불완전 정보로 주식시장이 대우건설 재매각과 풋백옵션 행사에 따른 손실을 주가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보의 비대칭’에 대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물론 박 회장은 금호산업의 잠재손실 등은 이미 언론보도 등을 통해 시장에 충분히 알려졌다고 항변할 수 있다. 강남고속터미날 매각 등 다양한 자구책도 시장이 알고 있어 ‘공정 게임’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대우건설 재매각으로 최대 4조원의 예상손실 전망도 현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모럴 해저드’ 비난에서 자유롭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구체적인 정보에 목마르다. 대우건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얼마나 받을 것이며 지분을 누구한테 넘길 것인지, 오너일가와 계열사는 금호산업 (3,210원 ▼30 -0.93%) 재무구조 정상화에 어떻게 참여할지 등등 많은 정보를 갈구하고 있다. 이들 궁금증에 대한 속시원한 정보는 아직 제공되지 않고 있다. 바로 이같은 상황이라 대주주인 박회장의 일방적인 주식매도는 ‘모럴해저드’와 ‘불공정 게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금호건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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