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후보자는 이날 오후 이명박 대통령에 사의를 표명했으며 이 대통령은 수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천 후보자는 이어 '사퇴의 변'을 통해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공직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천 후보자는 지난달 21일 예상을 뒤엎고 검찰총장에 내정됐다. 하지만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 구입자금 출처, 금전 거래가 있는 기업가와의 동반 골프여행 의혹, 부인의 명품 쇼핑 등 개인 문제를 둘러싼 도덕성 시비가 불거져 결국 낙마했다.
앞서 13일 열린 청문회에서 천 후보자가 강남 신사동 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박모씨로부터 15억5000만원을 빌린 경위 등이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등 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내에서도 천 내정자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천 내정자의 사퇴가 점쳐졌으나 오전까지 청와대의 분위기는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도 임명을 강행시킨다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오후 들어 의혹들이 커져가는 반면 의혹들에 대해 천 내정자가 해명하지 못한 채 도리어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친서민 행보를 시작한 이명박 정부로서는 더 이상 부담을 키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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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3년 이후 총장 임명 전에 사퇴한 경우는 천 후보자가 처음이다.
청와대는 천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 "검찰총장직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본인의 의사를 받아들여 임명을 철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천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이 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면서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반하는 것은 곤란한 것 아니냐. 고위 공직자를 지향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처신이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드러난 의혹이 검찰총장직을 수행하기는 문제가 있다는데 공감한다"며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에 의해 사의를 표명한 것이고 천 후보자의 고충을 이해해 사의를 받아들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검찰총장 후임자 선정은 임명권자인 대통령 의중에 달려 있으며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 논산 출신인 천 내정자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사법시험 22회에 합격한 뒤 대검찰청 검찰연구관과 수원지검 공안부장, 부산지검 공안부장, 대검찰청 공안1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수원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