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발 미국의 제2금융위기는 없다"

주이환 KB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2009.07.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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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인사이트] "금융시장은 종종 자극적인 시나리오를 선호한다"

"신용카드발 미국의 제2금융위기는 없다"


미국 은행연합회가 소비자신용 연체율이 다시 상승했다고 발표하자, 제2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신용에는 신용카드, 자동차할부 등이 포함된다. 특히 신용카드 부실이 부동산관련 부실 못지않아 다시 금융위기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는 과장된 듯하다

미국 은행연합회 자료는 300개 은행을 샘플로 하고 있어, 보다 광범위한 연준 자료를 통해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연준의 자료는 7000여 개 상업은행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연준의 자료에 의하면 2009년 1/4분기 은행의 총연체율은 5.60%로 1991년 4/4분기 5.79% 이후 17년래 최고치이다. 1991년은 저축대부조합 부실 여파와 이라크전쟁 전후의 경기침체 영향이 결합되었던 시기이다.



부분별로는 부동산대출 연체율이 7.13%로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신용카드 연체율이 6.5%로 높다. 신용카드발 제2 금융위기론이 일면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세가지 측면에서 그 같은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첫째, 상업은행의 전체 연체액 중 신용카드 부분은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이다. 둘째, 금융기관이 위험을 인지하고 착실하게 상각을 해 왔다는 점, 마지막으로 비관적 실업률 적용해도 연체율이 올해 4/4분기에 정점을 통과할 것이란 점이다.

우선 1/4분기 미국 상업은행의 총연체액 중 신용카드 부분은 6.3%에 불과하다. 부동산대출의 비중이 73.5%인 것에 비하면 매우 작은 비중이다. 일단 파괴력 면에서 부동산대출에 미치지 못한다.



다음으로, 아무리 작은 비중이라도 금융기관이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못했고 또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면 상당한 타격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상업은행은 신용카드 부실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또 착실히 준비해 오고 있다. 부실채권에 대한 미국 상업은행의 총상각액 중 신용카드의 비중이 1/4분기에 22.2%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이를 대변한다.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면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통상 연체율 고점은 실업률 고점을 1년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비교시점은 1991~92년으로, 앞서 언급한대로 이 시기는 저축대부조합 부실 여파와 이라크전쟁 전후의 경기침체 영향이 결합되었던 때였다.

당시 부동산대출 연체율은 물론 신용카드 연체율도 실업률 고점을 1년 정도 앞서 정점을 통과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미국의 실업률이 내년 말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상업은행의 연체율은 올해 4/4분기 중 정점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상황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신용카드발 제2의 금융위기는 발발하지 않을 것이다. 높은 신용카드 연체율이 미국의 소비를 압박하고 미국경제의 저성장을 초래할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가져올 정도의 파괴력인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미국의 금융기관이 부동산대출 부실로 인해 이미 심각한 홍역을 치러 충분한 대비가 되어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 가능성은 낮아진다.

금융시장은 종종 위기론의 유혹에 빠지곤 한다. 더구나 한번 위기를 겪고 나면, 보다 더 자극적인 시나리오를 선호한다. 실제로 그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따지기 보다는 당장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는 더 효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추종할 경우 돌아오는 것은 실패한 투자일 뿐이다. 미국 신용카드발 제2 금융위기론은 그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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