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축률 상승은 한국증시에 호재?

주이환 KB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2009.06.3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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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인사이트]"저축률 하락과 함게 개인소비 지출이 늘어날 것"

미국 저축률 상승은 한국증시에 호재?


미국 개인들의 저축률이 또 상승하였다. 지난 4월 5.6%에서 5월에는 6.9%로 올라섰다. 이것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하면 1993년 12월 이후 무려 15년 5개월래 최고치이다. 시계추를 1년 전으로만 되돌려보면, 그 때까지 미국의 저축률은 0% 수준에 근접하고 있었다. 과소비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한 몸에 받던 것이 엊그제인데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경제학에서 저축이란 일반인들의 생각과 다르다. 소득 중에서 소비하지 않고 남은 것을 모두 저축이라고 한다. 그것을 은행에 예금을 하든 아니면 주식투자를 하든 상관없다. 저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국민들이 소비보다는 저축을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나름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경기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고용은 더욱 불안한 마당에 무턱대고 소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국민이 소비를 하지 않으면 한국의 대미수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문제이다. 즉 글로벌 수요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의 소비가 커져야 전 세계적인 경기회복을 내다볼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의 저축률이 단기간이라도 좀 낮아질 필요가 있다.

저축률은 너무 높아도 문제이고 낮아도 걱정이다. 너무 낮다는 것은 과소비가 행해지고 있는 것이어서 언젠가는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러나 너무 높아도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어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 미국의 저축률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은 높은 수준인가 낮은 수준인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미국 저축률의 지난 궤적을 살펴 보아야 한다.



미국의 저축률은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10%를 상회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8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년간 하락세를 거듭한다. 미국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저축을 덜하고 소비를 더할 리는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대체로 금리하락 때문이었다. 금리가 높다면 아무래도 저축을 더 하게 될 것이고, 돈을 빌려서 소비하기는 어렵다.

1980년대 초반 2차 오일 쇼크 이후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진다. 장기적인 물가안정은 곧 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미국의 금리 수준은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진다. 1981년 17%였던 미국의 6개월 CD금리는 2003년 1%까지 떨어진다. 예금금리도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미국 국민들이 저축을 덜하게 되는 것은 당연했고, 그 때문에 저축률이 하락하는 것 또한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그런데 2004~07년간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다. 금리상승에도 저축률이 더욱 하락한 것이다. IT버블 붕괴와 이라크 전쟁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자 연준은 금리인상을 계속한다. 금리상승으로 인해 당연히 함께 올랐어야 할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오히려 하락하였고, 심지어 마이너스 수준으로까지 떨어진다. 모두들 미국의 과소비를 걱정하였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주택버블 때문이었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은 별 노력 없이 자신의 총자산이 늘어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당장 소득이 증가하지 않더라도 늘어난 자산을 믿고 더 소비할 수 있었고, 은행들은 자산을 담보로 돈을 더 빌려주기까지 하였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주택버블로 인해 미국의 소비자들은 분에 넘치는 소비를 할 수 있었다. 이것이 결국 불행한 결말로 끝났다는 것은 지금 전 세계가 알고 있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여전히 과소비 국면이라면 앞으로 소비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 않고 미국 국민들이 정신을 차려 예전의 과소비를 탈피했다면 하반기 경기회복을 기대해 볼 만하다. 2009년 5월 미국의 개인저축률 6.9%는 미국에서 주택버블이 일어나기 전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준이다. 즉 미국은 주택버블로 인한 과소비를 이제는 탈피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나아가 주택버블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 것에 그치지 않고 개인저축률이 15년 5개월래 최고치라는 것은 이제는 과소소비 국면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하반기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해 볼만 하다.



때마침 미국의 소비심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경기침체로 인해 급등했던 저축률은 소비심리 개선과 함께 하락하며 소비회복세로 연결되곤 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고 보면 된다. 미국이 여전히 과소비 상태라면 그 같은 기대를 접어야 하나, 지금은 오히려 과소소비상태이다. 2009년 하반기 중 미국의 소비회복과 함께 한국 경제에도 더 좋은 소식이 전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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