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나서 '기업형 슈퍼마켓' 막을까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9.06.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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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비공개 회의 소집… 이대통령 "대안 다각도 생각중"

기업형 슈퍼(SSM)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자영업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기업형 슈퍼 규제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25일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골목상권'을 점검하며 현장의 소리를 들었다.

청와대는 26일 윤진식 경제수석 주재로 비공개 회의를 소집해 관계 부처, 업계, 소상공인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형 슈퍼 문제에 대해 집중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vs소상인… 동상이몽?=이명박 대통령은 전날 "마트를 (골목 상권으로)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안 된다"면서도 일본의 사업조정제도 등 소상인들의 건의사항을 관계 부처에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다른 대안이 없는지 여러 각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에서 대기업 슈퍼 출점을 원천적으로 막는 법적 규제는 어렵지만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라는 원론적 수준의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법적 규제 불가'와 '다른 방안 마련'이 이떤 형태로 전개될 지 유통업계와 소상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김경배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형 슈퍼로 다 죽어가게 된 소상인들의 사정을 직접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대통령이 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 문제도 있지만 정부가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민감한 사안 인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규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발언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중도 행보에 대해 좌우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비난이 벌써 일고 있다"며 "현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원칙적인 규제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비공개 회의, 무슨 얘기 오고 갈까=이날 청와대 비공개 회의에는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 부처 관계자들과 소상인 대표로 김경배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이 참석한다. 업계 대표로는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참석, 최근 '강경일변'의 발언 수위에 맞게 슈퍼규제의 부당성을 피력할 방침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회장이기도 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최근 SSM 규제에 대해 법적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정부, 정치권, 업계, 소상공인 등의 입장차가 큰 만큼 이날 회의에서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날 이 대통령이 주문한 '상생방안' 마련에 논의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업계와 소상인간 의견 대립이 큰 상황에서 갈등만 확인할 공산도 크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동네슈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형물류센터를 마련, 물류 광역화를 이룬다거나 프랜차이즈, 공동구매, 판매 품목 차별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가능성 때문에 대형마트 규제에 유보적 입장을 보여왔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등에 따르면 3000㎡(1000여평) 이상 대형마트만 규제 대상으로 포함돼 있고 1000~3000㎡ 매장은 국토계획이용법에 따른 지자체 조례로만 입지를 규제한다. 1000㎡ 이하 기업형 슈퍼는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된다.



최근 국회에서는 기존 '신고제'인 슈퍼까지 '등록제'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날 이시종 민주당 의원은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하는 내용의 수정양허안을 WTO에 새로 제출할 것을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의안은 "이미 협상한지 13년이나 지났고 대규모 점포의 무차별적인 영업행위로 중소유통업체들이 고사 직전으로 몰리고 있는 만큼, 정부는 입점제한, 영업품목 제한, 영업시간 제한을 프랑스, 독일 등 유통선진국 수준으로 제한하라"고 촉구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도시계획과 건축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점포 출점 시 용도지구의 성격이나 교통영향평가 등을 통해 규제한다. 특히 프랑스,독일 등 일부 국가는 일정 규모 이상 유통시설에 대해 허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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