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첫날, 은행창구 호기심에 북적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권화순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9.06.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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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이유 제각각, 큰 손 고객은 "재미로…"

23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한 시민이 5만원권을 교환하고 있다. 임성균 기자ⓒ<br>
23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한 시민이 5만원권을 교환하고 있다. 임성균 기자ⓒ


5만원권이 처음으로 풀린 23일 오전 9시. 은행 문이 열리자 마자 평소와 달리 고객들이 쏟아졌다.

신권을 바꿔주는 영업점 창구마다 3~4명씩 줄을 섰고, 자동화기기(ATM) 앞에도 고객들로 북적였다. 1시간도 채 안돼 지점별로 30여명이 다녀갔다. 1인당 평균 20만~30만원을 찾았다.

다만 시행 첫날인 터라 여기저기서 시행착오도 적잖았다. ATM기 이용이 익숙지 않아 일부 소동이 벌어졌고, 개시 30여분 만에 신권이 떨어진데 항의도 있었다. 지점별로 바꿔주는 신권 매수도 달라 혼선이 빚어졌다.



◇앏아진 지갑= 5만원권을 찾는 이유는 다양했다. 직장인 김 모씨는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영업점에서 5매를 찾았다. 김 씨는 "일련 번호 앞뒤로 알파벳 A가 3개 붙은 것을 수집하려고 했는데 원하는 번호가 안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하나은행 본점을 찾은 한 고객은 "일련 번호가 찍힌 빠른 번호로 5만원권을 줄 수 없냐"고 은행원에게 묻기도 했다.



돈을 찾자마자 하얀 봉투에 1매씩 넣는 고객도 있었다. 한 고객은 "기념으로 조카들에게 용돈을 줄 생각"이라면서 "나머지는 생활비를 하려고 하는데 5만원권이라 보관하기 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5000원 권과 크기를 비교하기도 했다. 한 고객은 "가로 길이가 크다고 해서 지갑에 넣어 봤는데 다행히 지갑 사이즈와 딱 맞아 떨어진다"면서 "5000원하고 색상이 비슷해 혼동이 올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다른 고객도 "간편해서 좋다. 예전엔 1만원짜리 10장을 넣어 다니면 지갑이 두툼했는데 2장만 넣어 다녀도 된다"면서 "축의금을 넣을 때도 단위가 5만원으로 굳어졌는데 1장만 찾아서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 직원도 반기는 표정이었다. 하나은행 직원은 "보통 수표로 100만원 이상 송금할 때는 신분증 확인이나 신상확인을 해야 하고 전산업무가 까다로웠는데 수표 수요가 줄게 되면 업무상 원활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ATM기서 우왕좌왕=유통 첫날인 터라 시행착오도 나타났다. 일부 고객은 ATM기로 5만원권 10매를 찾으려다 1만원권 50매가 나오자 당황해 했다. 새 ATM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서다.

안내 직원이 "찾으시려는 5만원권 매수를 입력해야 5만원이 나오고 입력하지 않으면 그대로 1만원권이 나온다"고 안내했다. 이 고객은 50만원을 다시 ATM기에 넣은 후 5만원권 10매를 다시 찾아야 했다.

5만원권을 찾을 수 있는 ATM기가 영업점에 1대씩만 있다 보니 고객들이 해당 ATM기를 찾아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은행 측은 뒤늦게 '5만원권 사용가능'이란 표지를 크게 붙여 놓았다.

아예 ATM을 설치하지 않은 영업점도 많았다. 명동에 자리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지점의 영업점은 ATM기가 없어 창구로 손님들이 몰렸다. 신한은행 직원은 "9시에 개점하자 마자 30명 몰렸다"면서 "비용이 만만찮다 보니 (5만원권을 처리할 수 있는 ATM을)차차 설치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인당 찾을 수 있는 액수도 지점마다 달랐다. 외환은행 본점과 우리은행 명동지점의 경우 한 사람당 10장씩 찾을 수 있지만 신한은행 명동 지점은 4매씩만 가능했다. 일부 지점에서는 신권이 일찍 동이 나서 본점으로 돈을 찾으러 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 고객은 "방송에서 보니까 20매씩 가능하다고 하더니 정작 너무 적은 것 아니냐"면서 "4매 밖에 못 찾아서 이쪽 은행으로 다시 들렀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큰손 고객 "재미로"= 일반 점포의 경우 1인당 찾을 수 있는 액수가 제한됐지만, 큰손 고객들만을 상대하는 일부 PB센터의 경우 특별히 인출액을 제한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이날 한 PB고객은 1만원권으로 보유하고 있던 1000만원 이상 뭉칫돈을 5만원권으로 바꿔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반 영업점과는 달리 PB센터는 대체로 한산했다. 한 시중은행 웰스매니지먼트(WM)센터 관계자는 "몇몇 VVIP고객들이 100만~200만원을 5만원권으로 바꿔갔다"며 "이들 대부분 새로 발행된 5만원권이 신기하다며 재미삼아 교환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은행 PB는 "과거 1만원권 신권 발행 시 일련번호가 좋은 지폐들이 각 은행별로 배정돼 우수고객들에게 챙겨줄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5만원권의 경우 인터넷 경매를 통해 배정하게 돼 고객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최대영업망을 갖춘 국민은행은 이날 한은에서 1600억원 규모의 5만원권을 배정받아, 전국 지점 및 출장소에 각각 약 1억원, 5000만원씩 배분했다. 신한은행은 한은으로부터 1200억원을 배정받아, 대형점포의 경우 2억원, 일반점포에는 5000만원씩 분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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