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내리니 명동도 잠잠, 엔고특수 끝?

김희정,원종태,김유림 기자 2009.06.22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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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내 구찌 매장. 금요일 오후면 줄을 서서 들어가야 했던 매장이 곧바로 들어설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롯데 애비뉴엘 내 루이뷔통 매장은 묻지 않아도 직원이 먼저 달려와 상담을 해줄 정도로 고객이 줄었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1~2개월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었다.



3월 초 1620원(서울외국환중개 고시 기준)을 넘어서던 원/엔(100엔) 환율이 1200원(6월 8일 고시기준 1262.19)대까지 내려오면서 '엔고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한때 일본인 관광객으로 홍수를 이뤘던 명동이 잠잠해졌다.

◇백화점 명품 매장, "아~ 옛날이여"=롯데 애비뉴엘은 지난 2월 전년 동기 매출신장률이 109.4%를 기록했으나 3월 52.4%, 4월엔 다시 33%로 낮아졌다. 지난 5월은 일본의 골든위크 효과까지 있었지만 매출 신장률은 20.5%에 그쳤다. 6월 들어 지난 18일까지 집계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도 17.4%로 신장세가 확실히 꺾였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명품 매출 증가율도 2월 83%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5월에는 17%, 6월 현재(1~18일까지) 매출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나는데 그쳤다.

일본인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도 2월 정점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2월엔 9.7%로 두 자릿수에 육박했으나, 지속적으로 줄어 5월 골든위크 기간에 4%대로 떨어졌고 이달 들어 2.6%로 낮아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2월은 환율 영향으로 외국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아 명품 신장률이 가장 좋았으나, 환율이 안정되면서 외국인 매출 비중과 명품매출 신장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환율 내리니 명동도 잠잠, 엔고특수 끝?


◇호텔·관광업계도 '엔고 거품' 빠져= 지난 3월 30만 명을 돌파하면서 1/4분기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세를 보였던 일본인 관광객 수는 4월 들어 27만5000명으로 줄면서 다시 3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일본인을 대상으로 앞 다퉈 선보였던 의료관광이나 한류관광 상품도 전 같은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4월부터 일본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자체조사 결과, 5∼6월에는 지난 3월보다 20∼3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목적의 국내 특급호텔은 6월 말부터 비수기인데다 엔고특수까지 줄어 '난 자리'가 더 크다.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소공동 롯데호텔의 경우 5월 일본인 예약 취소율이 16%에 달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엔고현상이 완화되고 신종플루가 더 확산되면서 일본인들의 발길이 상당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조선호텔도 일본인 관광객이 성수기였던 1/4분기에 비해 33% 가량 감소했다. 전체 객실 점유율은 5% 정도 줄었다. 중가 호텔인 명동 이비스호텔도 1/4분기에 월평균 7500명에 달했던 일본인 관광객이 최근엔 3000명으로 급감했다. 이비스호텔 측은 "엔고현상이 한창이던 1/4분기보다 분위기가 많이 죽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브랜드샵 화장품·식품 한류도 '주춤'= 명동 상권을 두고 어디보다 치열하게 경쟁했던 브랜드샵 화장품들도 차분해진 모습이다.

명동 중앙로에 위치해 엔고특수가 가장 뚜렷했던 더페이스샵 2호점은 19일 오후 매장을 찾은 고객수가 확연히 줄어 보였다. 이 매장은 엔고특수가 정점일 때 월매출이 약 15억 원에 달해 계산대를 보던 점주가 과로로 쓰러질 정도의 행복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던 곳이다. 인근의 에뛰드하우스나 스킨푸드 매장에서도 예전의 일본인 일색인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엔고효과가 꺾이면서 매출이 10억을 훌쩍 넘던 명동의 화장품 매장들도 기세가 꺾이고 있다. 사실 엔고특수로 인한 '반짝 효과'는 정상적인 매출이 아닌 기현상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던 대형 식품매장의 김치, 김, 고추장 매출도 줄었다.

대상은 롯데백화점본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합한 김치 매출이 5월 골든위크 이후 8% 정도 감소했다. 동원F&B는 면세점과, 명동 매장으로 납품되던 김의 월 매출이 원/엔 환율이 낮아지면서 지난 4월부터 15% 가량 줄었다. CJ제일제당의 롯데마트 서울역점 고추장 매출도 지난 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92%나 늘었으나, 5월에는 121.4% 늘어나 증가세가 주춤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일본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이 워낙 작았기 때문에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다만 한국식품 세계화를 위해 제품포장을 바꾸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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