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회담 성적표, 안보 'A' 경제 'C'

워싱턴=송기용 기자 2009.06.17 14:23
글자크기

핵우산 명문화 등 안보 '환상 호흡' vs 한미FTA 제자리 걸음 '실망'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막을 내렸다.

지난 4월 런던 G20 정상회의 당시 1차 정상회담이 회담이라고 하기에도 머쓱한 30여 분의 약식회동 수준이었다면 단독 회담과 공동 기자회견, 오찬까지 2시간 이상 이어진 이번 2차 회담에서 비로소 두 사람의 실질적 대면이 이뤄졌다.

두 정상은 한미 동맹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한미동맹 미래비전'을 채택하고 핵우산을 명문화 하는 등 안보 분야에서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 핵실험 강행과 플루토늄 전량 무기화 선언 등 초강경 노선을 걷고 있는 북한의 존재가 안보협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반면 경제 분야에서는 최대 이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비준 문제가 제 자리 걸음 하는 등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안보 협력 환상적 호흡 과시= 정상회담 직후 미국 주요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북한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에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국제사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을 촉구하는 등 빈틈없는 두 정상의 공조를 높이 평가한 것.



두 정상은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 잘못된 행동에 반드시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겠다"고 핵개발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대북 제제 방안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제안한 5자회담의 필요성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미 양국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자회담 5개국이 협력, 북한 핵을 폐기하기 위해 보다 단합되고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하자"고 말해 5자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지력(Extended Deterrence)' 등 모든 수단을 통해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이행 하겠다"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그동안 구두 약속에 그쳤던 내용을 공식서류로 문서화함으로써 한국 방위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고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핵우산 명문화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가장 확실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성과로 꼽았다.

◇제 자리 걸음 한 한미 FTA=한미 FTA 국회 비준은 북핵 문제와 함께 이번 정상회담의 2대 핵심의제로 평가됐다. 분위기는 좋았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줄곧 FTA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던 미 고위 관료들이 이 대통령에게 FTA 적극 추진 의사를 밝히는 등 태도변화가 뚜렷이 감지됐기 때문.

하지만 한미 FTA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는 정상회담 직후 무산됐다. "한미 FTA를 진전시키기 위한 실무협의가 시작된 것을 환영하고, FTA 협정의 진전을 위해 공동 노력 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합의에 그친 것.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FTA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할 의사가 있냐'고 묻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자동차 등의 현안 문제가 해결 된 뒤에 정치적 타이밍을 고려해 (국회에) 비준 동의안 제출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동차와 관련해 한미 간에 충분한 상호주의가 있는지 의심이며, 자동차가 협상 대상이란 점은 정당하고 수긍이 간다"고 말했다. "마차보다 말을 앞세우고 싶지는 않다"는 미국 속담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취임 전부터 자동차 협상 부실을 근거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했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FTA의 큰 줄기가 잡혀가고 있다고 낙관론을 유지했다. 안호영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마차보다 말을 앞세우고 싶지 않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적절한 시기에 한미 FTA를 비준하자는 의미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