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그린카' 전쟁에 사활

최석환 기자, 박종진 기자 2009.06.22 07:06
글자크기

[녹색성장, 산업지도를 바꾼다](4부); 하이브리드차

#지난 4월 일본 자동차시장에서는 기념비적인 기록이 세워졌다. 혼다의 2세대 하이브리드차 '인사이트'가 월간 판매 1만481대로 일본 자동차판매 사상(660cc이하 경차제외) 하이브리드차로서는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동안 '미래형 차' 정도로만 여겨져 왔던 하이브리드차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세계는 '친환경 그린카 전쟁' 시대를 맞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산업이 당장은 중소형차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및 전기차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하지 않거나 그 의존도가 낮은 저비용·고효율 차가 수 년 내 주력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연간 100만대 판매, 2020년 전 라인업에 모델 개발'(토요타), '2010년 전체 판매의 10%, 2015년 50만대 판매'(혼다), '2012년까지 총 16종 출시'(GM). 주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하이브리드차 판매 청사진이다. 최근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연간 30% 이상씩 늘어나며 예상보다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개발은 시작에 불과하다. 집에서 충전한 전기로 최대 100km까지 주행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면서 생기는 전기에너지를 활용하는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의 힘으로만 구동하는 전기차까지 글로벌 브랜드들은 '그린카' 조기 상용화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전력망에 쌍방향 정보통신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충전식 전기에서 구동력을 얻는 차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플러그인 방식 전기차가 보급되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가 필요하고 차등요금제 기반의 저렴한 전기 공급이 전제돼야 하는데 스마트 그리드가 이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용대인 한화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 '빅3'의 몰락과 유럽업체의 부상 등 현재 벌어지는 글로벌 자동차산업 개편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향후 3~5년 내 전기차 등 '그린카' 생산의 중심을 차지하는 업체들이 미래 패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기아차, 출발 늦었지만 친환경차 개발에 박차

현대·기아차는 '그린카' 개발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출발이 늦은 만큼 맹추격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 (250,500원 ▲4,500 +1.83%)는 지난해 말 '블루 드라이브', 기아차 (105,600원 ▲2,100 +2.03%)는 올 3월 '에코 다이나믹스'라는 친환경 브랜드를 각각 발표했다.



이어 내달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출시를 시작으로 내년 '쏘나타'급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대하고 2012년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초점을 저탄소 친환경차량에 맞추고 그린카 상생협력을 위해 2011년까지 부품협력업체에 15조원의 자금도 지원키로 했다.

연구인력 확보와 조직 보강 작업도 병행한다. 우선 자동차 연구개발(R&D)에만 2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R&D 인력양성을 위해 연구장학생 제도를 운영하고 하이브리드차 연구와 수소연료전지차 개발과 관련한 경력사원도 모집한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사 현대모비스 (223,500원 ▲500 +0.22%)도 2012년까지 하이브리드 부품개발에만 모두 1000억원을 투입한다. 현재 60여명인 관련 연구개발 인원도 국내·외 박사급 핵심인재 수급으로 200여명 선까지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출시 직전까지 성능 개선이 이뤄져 예상 연비는 17.8km/ℓ로 지난 서울모터쇼 당시 밝혔던 17.2km/ℓ보다 3.5% 향상 됐다. 이는 가솔린 연비 기준으로 환산하면 22.2km/ℓ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내년 출시될 '쏘나타'급 중형차 하이브리드는 북미 그린카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연비는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60~70% 가량 향상된 20㎞/ℓ로 저속 단계에서 내연기관 도움 없이 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풀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 하이브리드 50만대 양산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연료전지-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도 승부수

아울러 현대·기아차는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4년 9월 미국 에너지부의 수소연료전지차 시범사업자로 선정돼 미국 주요도시에서 '투싼', '모하비', '스포티지' 등 수소연료전지차 32대를 시범 운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2006년 8월부터 시작된 수소연료전지차 모니터링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2010년 7월까지 버스를 포함해 34대의 수소연료전지차를 운행해 국내외에서 총 66대의 차량을 시범 운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66대의 누적주행거리가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미국 64만6000km, 국내 47만4000km 등 총 112만km를 돌파해 실용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의 시범운행 규모를 수 백 대 규모로 확대하고 부품 국산화율 99%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등 2012년 조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012년에는 1000대를 생산하고 2018년에는 3만 대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또 하이브리드 기술을 바탕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도 주력해 상용화 시점을 2013년 이후로 잡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서울모터쇼에서 준중형 차세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용 콘셉트 카 '블루윌'을 공개했다. '블루윌'은 미래지향적 디자인에 1회 충전만으로 최대 64km 주행이 가능하다.

◇ '그린카' 8.7조 생산유발-4.6만명 일자리창출

자동차 업계는 그린카 산업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차 등에서 약 8조7000억원의 생산유발과 4만6000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본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 협력업체만 1차에서 3차까지 약 350개에 달한다는 점을 볼 때 당장 3만대 양산 체제가 갖춰지는 2010년에는 2200여명의 고용 창출과 42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또 2018년 하이브리드차 50만대를 생산하면 3만7000여명의 추가 일자리 창출과 7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에도 120개에 달하는 1·2차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어 부품협력업체들은 2018년 9000여명의 고용증대와 1조7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