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제공이 올린 내용은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를 바로 세울 것 △탐관오리를 징벌할 것 △당론을 없앨 것 △의리를 밝힐 것 △백성의 어려움을 돌볼 것 △권력기강을 바로 잡을 것 등 6가지다.
6조 진언은 탕평책과 더불어 씨줄과 날줄로 엮인다. 도리를 세우고, 의리를 밝히고, 백성의 어려움을 돌보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를 중용해야 한다. 새로운 '코드'를 세우고 뿌리내리는 일은 인재 없이 불가능하다. 탕평책은 붕당정치 견제라는 목적도 갖고 있지만 자유로운 인재등용의 성격도 지닌다.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는 커다란 강이 놓여 있다. 같은 울타리에 둥지를 틀고 있지만 서먹하기만 하다. 두 계파 사이에는 '당권'이란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다. 친이 쪽은 빼앗길까 두렵고, 친박 쪽은 기만당할 것 같아 꺼린다.
갈 곳은 뻔히 보이는데 갈 길을 찾지 못한다. 한동안 워낙 소통하지 않았기에 가냘픈 끈마저 끊어진 형국이다. 튼튼한 동아줄로 다리를 놓아야 하는데, 건너편에서 지지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다리를 놓는 이유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길을 내 줄 테니 넘어오라"는 호의 뒤에 '덫'을 숨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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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평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큰 뜻과 실천력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탕평을 하는 이유가 분명해야 인재를 뽑는 사람이나 뽑히는 사람이나 속 시원히 응할 수 있다. '대의(大義)'를 공유하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탕평책은 '믿음'을 앞세운다. 나와 다른 계파지만 "한번 믿고 맡기겠다"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떠밀리듯 추진하는 탕평은 이미 탕평이 아니다.
'포스트 서거정국' 속에서 한나라당은 4년 만에 지지율에서 민주당에 역전당했다. '내우외환(內憂外患 )' 형국이다. 역사에 자주 등장하듯 대부분의 나라(집단)는 이럴 경우 내부 문제를 서둘러 봉합하고 외부 적에 맞서 싸우곤 했다. 하지만 내우(內憂)를 다스리지 못한 나라(집안)는 결국 외환(外患)에 휩쓸리고 말았다.
한나라당이 포스트 서거정국이란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한 집안, 두 살림'이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내부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탕평책을 펼쳐야 한다.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푸는 해법은 의외로 단순할 것이다. '사욕을 버리고 믿음을 준다'는 기본에 충실(back to the basic)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