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후순위채 투자해도 될까

이건희 외부필진 2009.06.0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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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행복투자]

자산을 배분할 때에는 안정성 자산에서부터 위험성 자산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분산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지 자신의 자산 전체를 대상으로 볼 때에 똑같은 기대수익률에 위험도를 낮추거나, 또는 똑같은 위험도에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은 잘 모른다고 평소 이용하던 곳에만 돈을 넣는다면 발전이 없습니다. 불확실성시대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금융상품, 다양한 투자대상을 골고루 이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 저기 휩쓸리면서 한꺼번에 갑작스레 많은 돈을 넣는 식으로 하면 분산투자의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평소에 기회가 될 때마다 하나씩 개척해가고 익숙해져가는 식으로 영역을 확대시켜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위험성이 아주 크지 않으면서도 시중 은행보다는 높은 고정금리를 취하는 목적에서는 저축은행이 우선적으로 접근하기 편리한 곳입니다. 정기예금, 정기적금 등 거의 모든 금융상품의 이자율이 일반 시중은행보다 높기 때문에 고정금리를 얻는 목적에서는 저축은행도 함께 활용하는 것이 낫습니다. 다만 기관의 안정성은 일반 시중은행보다는 떨어지는 편이므로 저축은행 중에서도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을 이용하면 됩니다.



단순히 금리가 높은 곳만 찾아본다면, 본점 기준으로 6월6일에 1년 만기 정기적금의 금리가 6% 이상 되는 저축은행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 지역에서는 한국, 진흥, 서울, 신민, 제일, 신안, 더블유(W), 한신,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안국, 경기, 삼신, 새누리, 에이스, 인성, 금화, 남양, 모아, 삼정, 예한울, 부산지역에서는 국제, 부산, 부산HK, 우리, 흥국, 토마토2, 파랑새, 영남, 광주/전남에서는 동양, 무등, 보해, 창업, 대전/충남 지역에서는 대성, 서일, 세종, 아산, 한주, 전북/지역에서는 고려, 예쓰, 전일, 한일, 호남솔로몬저축은행 등이 있습니다.

더 높은 이자율이나 더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더 낮은 안정성을 받아들여야합니다. 부동산도 안정성이 보장되면서 투자하지는 않습니다. 어디에서든지 공짜로 더 나은 혜택을 바라는 것은 비합리적인 생각입니다. 어떤 것에서든지 위험성 부분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범위 내에서 어떤 식으로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지를 생각하면 됩니다.

◆ 경제가 최악의 경우에서 지급불능 상태에 이르는 저축은행이 생겨나도 일부가 그렇게 되지 모든 저축은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저축은행도 일반 시중은행, 증권사, 보험회사를 비롯한 여러 유형의 금융기관들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에게 매우 필요한 금융기관입니다.


따라서 설사 이 업계 대부분의 기관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에 이른다면, 이는 단순히 특정 업계의 문제를 넘어서서 한국 경제 전체가 대단히 심각한 상황에 빠져드는 상황일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주식, 펀드, 아파트, 일반 부동산들을 비롯하여 대부분 자산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여서 누구라도 어차피 재산에 큰 손실이 나게 될 것입니다.

이럴 때에 저축은행에는 자산의 극히 일부만 들어가 있다면 저축은행의 문제로 인한 자산의 손실보다는 오히려 주식, 펀드, 부동산, 아파트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자산의 손실이 훨씬 더 클 것입니다.



대형 저축은행 대부분이 위험에 빠지게 되는 상황은 특히 부동산시장이 악화될 때에 나타나리라고 예상됩니다.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우량하다고 평가되는 저축은행에 자산의 극히 일부를 넣었는데 그 저축은행이 넘어지게 된다면, 대부분의 가정에서 자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도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입니다.

따라서 저축은행이 일반 시중은행보다 위험도가 높다고 무조건 기피하기 보다는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다는 이점을 분산투자의 일부로서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산건전성을 보면서 저축은행을 선택하면, 일반적으로 얘기되는 저축은행업계에 대한 일반적인 위험도보다는 훨씬 낮출 수 있습니다.

더욱이 5000만원 이내에서는 예금자보호법에 의해서 보호가 되기 때문에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정기적금도 그러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 이용하면 괜찮습니다. 기관의 영업정지 시 예금자보호법에 의해서 지급받게 되는 이자는 예금자가 거래금융기관과 약정한 이자율과 예금보험위윈회에서 정하는 이자율(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이자율을 고려하여 결정) 중 낮은 이자율을 적용하여 산정합니다.



여기에서 이자는 예금 가입일부터 보험금 지급공고일(예금보험공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신문 등에 공고 한 날)까지의 이자 발생분입니다. 즉 애초 약정되었던 저축은행의 높은 이자율을 받는 것은 아니며, 기다리면서 번거로움도 있으므로 가급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저축은행은 BIS비율(= 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 ×100, 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 미만일 때 자산건전성이 우량하다고 평가하면서 일명 88클럽이라고 부릅니다. 약 105개에 달하는 저축은행 중에서 2008년 12월 말 기준, 88클럽에 해당하는 곳은 63개입니다.

부실 저축은행 판단 기준은 BIS비율 5% 미만으로서, BIS비율이 5~7% 수준인 저축은행에게는 자본을 늘리도록 금감원이 요구한 바도 있습니다. 작년 말 기준으로 BIS비율이 5% 아래로 떨어진 7개 저축은행 중 일부는 영업정지 되었거나 다른 저축은행에 매각되었습니다.



최근 같으면 저축은행의 위험도를 높여주는 요인으로서 PF 등 대출자산의 부실화가 염려되므로 PF의 연체율이 어떠한지도 살펴보면 좋을 것입니다. PF의 연체율이 비교대상이 되는 다른 저축은행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더 안 좋은지, 더 나은지를 비교하면 되겠습니다.

◆일반 예금 이외에 저축은행을 활용하는 수단에 후순위채권도 있습니다. 이번 주에 토마토저축은행에서 발행하는 후순위채권을 실제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만기가 5년2개월이며 연 8.5% 금리입니다. 6월8일부터 10일까지 토마토저축은행과 애플투자증권에서 최소 1000만원 이상, 100만원 단위로 청약할 수 있습니다. (애플투자증권은 토마토저축은행에서 9.5%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필자의 농담으로, 회사명에 토마토, 사과 등 과일 명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만약에 미래에 다른 금융기관으로 영역을 넓혀간다면 과일 중 하나당 알의 개수가 많은 포도, 크기가 가장 큰 수박 등의 이름이 사용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연 8.5% 금리는 일반 시중은행의 후순위채나 하이브리드채 금리에 비하여 약 3% 정도 더 높은 셈입니다. 그러나 만기가 5년2개월로 상당히 길면서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자산 건전성을 잘 따져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토마토저축은행은 3월 말 3분기의 BIS 비율이 8.20%이고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4.75%로서 88클럽에 속합니다. 무수익여신의 비율은 6.78%이고, 대출채권 금액에서 대손충당금 설정한 비율은 3.02%입니다. 경인지역 24개 상호저축은행 중에서는 시장점유율이 약 17%로서 여ㆍ수신 규모 1위입니다.



BIS비율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서 저축은행은 흔히 후순위채권을 발행합니다. 당연히 일반 시중은행보다는 후순위채권의 금리가 더 높습니다. 물론 저축은행이 후순위채권 발행으로 들어온 돈으로 신규 여신거래처 발굴이 잘 안된다면 고금리 후순위채 발행으로 인하여 늘어나는 이자부담이 회사의 수익성만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후순위채권 보유자 입장에서는 회사 실적에 따른 배당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고정이자를 받는 것이므로 만기일까지 기관이 지급불능만 안 되면 됩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도 돈을 굴릴 데는 마땅치 않아서 저축은행들의 영업환경은 좋지 않은 편입니다. 대출잔액이 2000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에서도 나타납니다. 예금과 채권 등을 통하여 시중 유동자금은 잘 유치되면서 대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자비용만 증가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토마토저축은행은 3월 말 실적에서 매출액 2359.5억원, 영업이익 394.7억원, 당기순이익 279.4억원의 양호한 실적을 올렸습니다. 그 이전 4년 동안 자본금은 65억원으로 변동 없으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404.3억→384.6억→419.8억→396.2억, 연간 순이익은 292.1억→282.0억→290.7억→286.6억으로 우량하게 꾸준히 유지되어왔습니다. 올해도 아직까지 그러한 상태인 것입니다.



전국 105개 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3월 말 기준 71조1000억원으로서 금융위기가 불거진 작년 9월 말의 64조9475억원보다 9.5% 증가했습니다. 자산규모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 (0원 %) 등 상위 10개 저축은행들의 자산 증가액은 2조1022억원으로서 전체의 34%를 차지하여 저축은행업계에서도 규모의 집중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토마토저축은행은 부산지역의 양풍저축은행을 인수하고 서울지역에 영업점 신설하고 자산을 불려감에 따라 작년 말에 HK저축은행 (0원 %)을 넘어서서 3위로 올라섰습니다. 올해 3월 말에는 부산저축은행도 누르고 자산 규모 2위로 올라섰습니다.

저축은행업계에서 일부 대형사의 3월 말 기준 PF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보다 8~15% 정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토마토저축은행은 연체율이 10% 이하로 내려가며 안정성이 나아지는 모습입니다. 후순위채는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라서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우량하고 안전한 기관인가를 살펴보는 것 이외에, 약 5년에 달하는 장기투자 대상이라는 점에서도 추가로 고려할 사항이 있습니다.



◆투자기간이 자신의 개인적 입장에 부합되는 가입니다. 만기 이전에는 중도에 원금을 찾을 수 없어서 채권 인수자를 개별적으로 찾아야하므로 만기까지 묻어두어도 되는 여유 돈의 범위 내에서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투자비중은 서두에 이야기하였듯이, 분산투자의 일환으로서 활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변동금리 대비한 고정금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단기성 예금은 변동금리로 자금을 운용하는 성격에 가깝습니다. 반면에 장기간 고정금리 성격이 유지되는 후순위채권은 투자기간 동안 시중금리가 상승한다면 투자시점에서 바라보는 초과수익율의 메리트가 줄어들 것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시중금리가 본 후순위채 금리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입니다. 반대로 금리가 더 내려가거나 저금리가 고착화된다면 장기간 고정된 고금리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부각될 것입니다. 토마토저축은행 이외에도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저축은행들이 꾸준히 나타나므로 잘 관찰하면서 자신의 입장에 맞추어서 활용하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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