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매수권도 부여 추후 지분 되살수도
-'드래그 어롱' 조건은 향후 변수 가능성
▲두산그룹의 패키지형 계열사 매각 모델 구조도
4개 회사의 지분을 묶어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운 뒤 지분의 49%만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넘기고 나머지는 그대로 보유하면서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구조조정 방안이 독특하고 창의적인 모델로 평가받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두번째 특징은 지분의 절반만 팔았다는 점이다. 현재 시장상황에서는 기업을 통째로 팔려고 할 경우 인수의향자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제값을 받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절반만 팔면 어느 정도의 유동성 확보 효과는 거두면서도 향후 더 높은 매각차익과 영업현금흐름 등 수익을 거둘 기회는 남겨둘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계열사 지분의 절반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면서도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이미 지분의 절반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을 바탕으로 향후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등의 전략을 펼 수 있다. 또 우선매수권이 부여돼 있어 향후 여건이 될 경우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지분을 되사오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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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 두산그룹 전략기획본부 전무는 "사업을 하는 회사와 PEF가 이렇게 '윈윈'하는 방식의 사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향후에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때 필요할 경우 이 같은 모델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계열사 지분의 절반에 대해서는 충분한 경영권 프리미엄(웃돈)을 챙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울 수 있다. 송인준 IMM PE 대표는 "이번 거래에서는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3년 뒤부터는 두산그룹과 재무적 투자자 양쪽 가운데 한쪽이 매각을 원할 경우 다른 쪽도 의무적으로 매각에 동참해야 한다는 '드래그 어롱'(Drag Along) 조건도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두산DST 등 일부 계열사에 대해 두산그룹이 향후 재인수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재무적 투자자가 먼저 다른 곳에 팔기를 원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두산그룹이 재무적 투자자와의 약정에 '우선매수권' 조건을 붙인 것은 재인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뜻이다.
다만 두산그룹과 재무적 투자자의 최고의사결정권자들 사이에 이미 충분한 신뢰가 형성돼 있을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