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100만달러 올 2월에야 알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06.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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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달러 받은 것 알고 거의 탈진상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도덕적 책임을 통렬하게 느끼면서 '차라리 내가 다 받았다고 인정하는 게 낫지 않냐'는 생각을 여러 번 말했다"고 한겨레신문이 지난 2일 보도했다.

문 전 실장은 한겨레신문과 지난 1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법적 책임을 놓고 다퉈야 할 상황을 구차하게 여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실장은 또 "노 전 대통령이 100만달러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올해 2월쯤이었다"며 "정상문 전 비서관이 권양숙 여사에게 '박연차 회장이 돈을 건넨 사실을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먼저 전하고 이후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또 "정 전 비서관이 봉하에 내려오면 늘 대통령을 먼저 뵙는데 그 날은 권양숙 여사를 먼저 만났다"며 "대통령이 그 점을 의아하게 생각해 두 분이 있는 방에 들어가 보니 권 여사가 넋이 나가 울고 있었고 그제야 (정 전 비서관이) 이실직고해 대통령이 화도 내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비서관에 따르면 당시 노 전 대통령은 '탈진한 상태에서 거의 말도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문 전 실장은 "(대통령이) 수사 초기와 달리 돈의 쓰임새 등을 점차 알게 되면서 매우 괴로워하셨다"며 "권 여사가 처음에 유학비용 정도로 이야기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집 사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알고 (대통령이) 더욱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권 여사도 노 전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 같이 있으려 하지 않고 대통령이 들어오면 다른 자리로 가곤 했다고 문 전 실장은 밝혔다.


문 전 실장은 "법적인 책임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나 우리는 자신했다"며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지향했던 가치까지 깡그리 부정당하는 상황이 되니 절망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수사 방식에 대해선 "정치보복에 의한 타살로까지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여러 가지 수사와 관련된 여러 상황들이 그분을 스스로 목숨을 버리도록 몰아간 측면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문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현 수사팀으로서는 이미 결론을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에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게 불가능해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며 "이번 검찰 수사는 유죄라는 결론을 처음부터 내려놓고 모든 조사를 거기에 맞춰서 해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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