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자사주 매각 검토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9.05.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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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유동성 확충 방안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자사주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9일 금융권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사주 1180만 주(7%)를 매각하는 방법을 채권단과 논의하고 있다.

자사주 전체를 매각할 경우 이는 29일 종가 1만6950원을 기준으로 약 2000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매각 방식으로는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장외 일괄매매(블록딜)을 통해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날 자사주 매각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한 바 있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이밖에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과 방위산업체 두산DST, 병 뚜껑 제조업체 삼화왕관 등 계열사 매각, 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 다양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놓고 채권단과 협의 중이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 "내부적으로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유동성은) 큰 문제 없을 것"이라며 "한달 뒤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현재 두산그룹이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등가물은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두산그룹은 지난 2007년 인수한 미국 중소형 건설기계업체 밥캣의 실적부진으로 인해 시장 일각에서 유동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받고 있다.


두산그룹은 밥캣을 인수할 때 산업은행 등 국내외 12개 은행으로 구성된 대주단으로부터 29억달러를 빌리면서 밥캣의 차입금을 영업현금흐름(EBITDA: 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전 영업이익)의 7배 이하로 유지한다는 재무약정을 맺었다. EBITDA가 모자랄 경우에는 증자 등을 통해 채워넣어야 한다.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인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의 대주주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DII와 두산홀딩스유럽(DHEL)에 대해 10억달러의 유상증자를 결의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실제로는 1억8000만달러를 납입하는데 그쳤다. 두산그룹은 올 연말까지로 납입기한 연장을 요청해둔 상태다.



현재 두산그룹과 대주단은 두산그룹이 차입금 가운데 일부를 조기상환하는 등의 조건으로 재무약정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내년에 지켜야 할 차입금 대비 EBITDA 배율 요건을 당초 약정에 따른 '6배 이하'로 낮추지 않고 '7배 이하'로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재무약정이 완화될 경우 밥캣의 영업실적 부진 때 두산그룹이 대신 채워넣어야 하는 현금의 규모가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두산그룹의 유동성 사정도 개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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