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前대통령 영결식, 눈물속에 엄수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09.05.2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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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前총리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눈물바다(상보)

-'바보 노무현' 동영상 공개
-백원우 의원 "사과하라"며 MB에게 돌진
-장내 곳곳서 "사과하라" 터져나와

고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이 29일 오전 11시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유족과 시민들의 애도속에 엄수됐다.

오전 11시 국화로 단장한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가 식장으로 들어오자 장내는 금방 울음바다로 변했다.



유족인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씨, 정연씨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식장에 들어섰지만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유족에 이어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민주당 서갑원 안희정 의원이 뒤를 이었다.

자녀와 함께 영결식장에 들어선 이광재 의원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결국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 고인에 대한 묵념에 이어 국민장 집행위원장을 맡고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약력보고후 공동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의 조사가 이어졌다.

◇“바보 노무현으로 살지 마십시오”=한 전 총리의 목소리는 조사 시작부터 이미 젖어있었다.

한 전 총리가 “님을 지키지 못한 저희들의 무력함이 참으로 통탄스럽습니다. 대통령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을 땐 이미 한 전 총리도, 영결식에 참여한 조객들도 울고 있었다.


한 전 총리의 조사를 묵묵히 듣던 권 여사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으며 노건평씨와 건호씨도 울먹였다. 며느리 배정민씨는 조사 내내 소리내어 울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민주당 서갑원 의원 등은 먼곳을 바라보면 눈물울 감추려 했지만 흐르는 눈물을 어쩔 수 없었다.



한 총리는 격한 목소리로 “님은 실패하지 않았다. 설령 님의 말씀처럼 실패라 하더라도 이제 걱정하지 말라”며 “이제 저희들이 님의 자취를 따라, 님의 꿈을 따라 대한민국의 꿈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대통령 하지 마시라. 정치하지 마시라. ‘바보 노무현’으로 살지 말라”며 말할 때 울음 소리는 더 커졌다.

한 총리는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더는 혼자 힘들어 하시는 일이 없기를, 더는 혼자 그 무거운 짐 안고 가시는 길이 없기를 빌고 또 빈다”며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 편안히 가십시오”라며 눈물섞인 조사를 마무리했다.



◇백원우 의원 "정치 보복이다"=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의 종교의식이 이어진 후 노 전 대통령의 육성과 생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 ‘바보 노무현, 당신의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가 5분가량 상영됐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이 맘에 든다”면서 “바보정신으로 정치를 한다면 나라가 잘 될 것”이라고 말하는 고 노 전 대통령의 육성과 생전모습이 대형화면을 통해 방영되자 생전 고인을 잊지 못하는 조객들의 눈물이 소리없이 흘렀다.

이어 동영상은 고인의 유언이 배우 문성근씨의 목소리로 낭독됐으며 한용훈의 ‘님의 침묵’이 자막으로 흘렀다.



동영상이 끝나고 유족 헌화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헌화 순서때 맨 앞줄에 앉아있던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사과하라”라며 이 대통령에게 돌진했다.

이내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지만 백 의원은 이내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해 식장 오른편으로 끌려나갔다.

백 의원은 경호원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사죄해야 한다” “정치 보복이다”라며 외쳤다. 흥분한 몇몇 조객들은 “사과하라”고 외쳤으며 이내 장내는 울음소리와 외침 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



백 의원이 흥분이 계속되자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이 뛰쳐나가 백 의원을 안고 울다가 흥분을 가라 앉힌 다음에야 두 사람은 자리에 와 다시 앉았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백 의원 자리로 찾아가 손을 잡고 흥분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잠시 놀란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는 삼엄한 경호속에 헌화를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조악대와 국립합창단의 연주, 해금연주가 이어진 후 21발의 조총발사를 끝으로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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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11시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한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들이 헌화를 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br>
29일 오전 11시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한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들이 헌화를 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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