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 하나대투 선택 '소탐대실' 되나

더벨 박창현 기자 2009.05.29 10:00
글자크기

[KKR 한국진출]⑤관행·일정 무시하고 주관사 선정 강행

이 기사는 05월28일(15:5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KKR이 당초 국내 금융권에 제안한 일정을 무시하고 하나대투증권을 인수금융 주관사로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반발이 거세 향후 KKR의 국내 자금 조달 계획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KKR은 최근 국내 인수금융 주관사로 하나대투증권을 낙점했다. 당초 KKR은 다음달 5일까지 시중은행들의 참여의사를 확인한 후 다수의 은행에 공동주관을 맡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하나대투증권이 KKR이 제시한 국내 인수금융 조달금액인 4500억원 전액을 떠안겠다고 밝힘에 따라 주관 업무를 맡기게 됐다.

하나대투증권 입장에서는 발 빠른 대응으로 인수금융 주관사로 이름을 올리게 됐지만 다른 시중은행들은 "뒷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선정과정 자체가 입찰방식이 아니라 참여여부만 확인하는 수준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하나대투증권의 단독 참여는 시장관행을 깬 처사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다음달 5일까지 시일을 갖고 투자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헛수고를 한 꼴이 됐다"며 "이럴거면 마감일은 왜 정해뒀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KKR에게 멘데이트를 받지 못한 시중은행들은 인수금융 주관단(Underwrite group)자격이 아닌 하나대투증권에게 셀다운을 할당받는 형태로만 인수금융에 참여할 수 있다.주관은행(Arranger bank)으로 참여할 경우 떠안은 금액에 따라 담보대리 업무 등 다양한 역할이 주어진다. 물론 맡은 역할에 따라 별도의 수수료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단순 참여은행(Participant bank)은 셀다운 물량만 조달하기 때문에 수익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번 딜만 있는 게 아닌데 하나대투증권이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다"며 "주관은행에서 배제된 다른 은행들이 순순히 하나대투증권 셀다운에 참여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하나대투증권이 하나은행을 통해 4500억원 전액을 조달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국내은행들이 신디케이트론 참여를 주저할 경우 인수금융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결국 그에 따른 리스크는 KKR과 하나대투증권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다른 금융기관에 대한 배려 없이 조달금액을 전부 떠안은 하나대투증권이나 이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 KKR 모두 '소탐대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탓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의 관행을 깬 KKR과 하나대투증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며 "수익성이나 딜 구조 뿐 만 아니라 업계의 이런 평판 역시 셀다운 참여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