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7시쯤부터 봉하마을로 들어서는 어귀에는 바람에 흩날리는 만장과 길게 늘어선 조문객들의 행렬로 가득했다. 전날인 27일까지 80만명에 육박했던 조문객 수를 감안할 때 28일 오전까지 추모객은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분향도 지금까지 한번에 60~70명 단위로 해왔지만 조문객이 급격하게 몰려든 전날 아침부터 이날 아침 9시까지는 100~120명 단위로 분향을 해야 할 정도였다.
정오 쯤 체감온도가 30도를 훌쩍 넘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더위가 찾아왔지만 조문객들은 양산과 모자, 종이모자 등으로 햇빛을 가리며 경건히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대전에서 왔다는 이현구(64)씨는 노 전 대통령의 영전 앞에 트럼펫으로 자신이 직접 작곡한 '노 전 대통령을 위한 추모곡'을 바쳤다. 그는 "생전에 남북 화해를 위해 헌신했던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혼을 넣어서 만든 곡"이라고 했다. 3분가량 추모곡이 울려 퍼지자 주위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졌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민주당 의원도 이날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분향을 마친 후 이들은 문재인 장의위원회 운영위원장과 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해찬 전 총리 등 노 전 대통령 관계자들과 만나 애도의 뜻을 표했다.
마을 노사모 회관 옆 담에 '백태백'이라고 밝힌 한 시민이 '대통령님의 고통의 순간을 감히 헤어려본 한 국민의 생각'이라며 써 붙인 글 앞에는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의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백태백'은 '난 돈보다 지지자들의 따뜻한 눈빛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평생 나만 보며 열광하는 따뜻한 그들의 가슴을 먹고 살았다. 돈이 탐날 이유가 없다. 돈 벌려고 했으면 변호사를 계속했지 정치판에 왜 왔겠느냐'며 노 전 대통령의 심경을 헤아리듯 말했다.
'정치적 득실을 따지려고 정치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바보 노무현이라고 했고 부족한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서울에서 가족들과 함께 조문하러 온 한영혜(53)씨는 "이 글을 읽으니까 더욱 눈물이 나고 바위에서 뛰어내리던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동안 눈시울을 훔쳤다. 한씨는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직전 심경을 대변하기라도 한 듯한 문장을 바라보며 오열했다.
'날자. 한번 날아보자. 부엉이 되어 날아보자. 처음 하는 날개짓 서툴겠지만 내가 누구냐 노무현 아니냐. 한번 부딪혀보자. 되도록 세게. 아프게. 부딪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