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은 생전 '승부사'로 불릴 만큼 도전적이었다. 수많은 패배를 쌓은 끝에 대통령이 돼 그 패배를 결국 승리로 만들었다. 재임 중 수많은 정치적 위기 때마다 승부수를 던졌다. 누군가는 이런 그를 가리켜 '독종'이라고도 했다.
사람들은 연민과 호기심을 느꼈다. '승부사' '독종'이라는 별명으로는 알 수 없었던 '인간 노무현'의 모습을 엿본 것이다. 수많은 조문객이 분향소 앞에 불붙인 담배를 향 대신 놓았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돌이켜보면 대통령의 정치역정은 흡연과의 전쟁이었던 셈"이라고 회고했다. 윤 전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그의 마음을 잘 아는 참모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윤 전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글을 올려 "대통령은 (재임 시절) 담배를 피우는 손님이 오면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내심으로 반기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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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금연 여정에는 몇 차례 굴곡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원래 애연가였다. 2004년 하반기 해외순방 강행군으로 건강이 악화됐고 주치의는 금연을 강권했다. 그는 담배를 줄였고 정말 아쉬울 때 한 두 개비씩 피는 정도가 됐다.
그러다 2005년 한나라당과 권력을 분점하자는 '대연정' 제안과 그 이후 국면에서 노 전 대통령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시 담배가 늘었다. 윤 전 대변인은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면서 이전의 애연가 수준으로 완전히 회귀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퇴임 후 금연 기회가 왔다. 그는 봉하마을 사저에서 담배 생각이 날 때 비서에게 한 개비씩 받아 피웠다. 그나마도 지난해 말 건강진단 후 의료진이 금연을 강하게 권해 완전 금연을 눈앞에 둔 듯 했다.
그러나 최근의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는 다시 노 전 대통령에게 부속실 인터폰을 누르게 했다. "담배 한 개비만 갖다주게."
윤 전 대변인은 "담배, 어쩌면 그것은 책, 글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을 지탱해준 마지막 삼락(三樂)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외에도 자신이 지켜본 노 전 대통령의 최근 모습을 떠올리며 "대통령의 봄은 외로웠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사저의 서재에 들어서면 앞에 놓인 책들을 뒤적이다가 부속실로 통하는 인터폰을 누르며 ‘담배 한 대 갖다 주게’하고 말하는 대통령, 잠시 후 배달된 한 개비의 담배를 입에 물고 ‘어서 오게’ 하며 밝은 미소를 짓는 대통령.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그 모습이 영결식을 앞두고 다시금 보고 싶어진다. 미치도록…"(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