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 MB 두번째 화환도 훼손할까 유족측 고민

봉하(김해)=이승제 기자, 김지민 기자 2009.05.2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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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입구, '철저한 검색대'로 변환
-노사모 등 애도자들의 강력한 저지로 유력 정치인들 발길 돌려
-두번째 화환, 아직 설치되지 못해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봉하마을을 둘러싼 복잡한 갈등관계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 주요 조문객들이 문전박대를 당하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의 화환이 '봉하 분노'의 대표 표적으로 부상한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측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화환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24일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보낸 조화가 이런저런 과정에서 파손됐다"며 "이는 유감스러운 상황이어서 청와대 측에 '다시 조화를 보내주면 되도록 설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천 전 홍보수석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두번째로 보낸 화환은 이날 오후 2시 전후로 다시 전달됐다"며 "적절한 장소에 어떻게 보관하고 설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봉하마을은 현재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에 의해 완벽하게 차단된 상태다. 봉하마을 어귀에서 분향소까지는 1km 남짓한 편도 1차선 도로다. 이 길을 노사모 등은 철저히 차단한 채 주요 조문객들을 '검색'하고 있다.

이 검색에 걸려 유력 정치인들이 잇따라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날 오후 김형오 국회의장은 노사모 등의 거센 항의와 물세례를 받은 끝에 300m 가량 밀려났고 결국 되돌아갔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봉하마을 입구까지 왔지만 격한 현지 분위기를 감안해 차를 돌렸다. 이규택 친박연대 공동대표 역시 강력한 저지를 받고 발길을 돌리는 과정에서 한 시민이 뿌린 흙탕물을 맞기도 했다.


이에 앞서 전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정동영 민주당 의원도 진입장벽에 막혀 조문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측 인사로 조문한 주요 인물은 24일 새벽 '자유인' 신분으로 걸어서 분향소를 찾은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이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참여정부 참모진은 이 대통령이 보낸 두번째 화환이 다시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참모진 측이 화환을 자청해서 다시 보내달라고 한 것은 나름의 정치적 지향을 갖고 있다는 게 안팎 분석이다.



참모진 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서 '원망하지 말라'고 담은 뜻을 기려 모든 사람에게 자유로운 조문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최근 뜻하지 않은 일들이 발생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봉하마을 주변에는 노사모와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사람들의 분노가 시시각각 표출되고 있다. 자칫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참모진들의 우려다. 참모진 다른 관계자는 "노사모 등 애도자들을 설득하려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것이 또 다른 감정격앙의 불씨가 될 수도 있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의 두번째 화환은 이날 오후 7시 현재 공개적으로 설치되지 않은 채 봉하마을 어딘가에서 참모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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