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재테크 부동산 주식? 평생현역!

머니투데이 홍찬선 MTN 부국장(경제증권부장) 2009.05.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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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주식 부동산에 '한눈'파는 것보다 지금 일에 최선 다해야

최고 재테크 부동산 주식? 평생현역!


요즘 한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은 재테크와 투잡(Two Jobs)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실업이 늘어나면서 일자리창출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지만, 재테크와 투잡은 여전히 국민 모두의 관심사다.

아니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재테크와 투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지금의 직장에서 받는 월급만으로는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부업을 해서라도 소득을 늘리겠다는 것이 투잡이라면, 힘들게 번 돈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불려 나날이 늘어가는 은퇴 후 생활에 대비하자는 것이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다.



그런데 재테크와 투잡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강창희(62) 미래에셋투자연구소장이 바로 그다. 강 소장은 재테크라는 말을 써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재테크라는 말이 재산의 재(財)와 테크놀로지(Technology)를 합한 일본어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재테크라는 말이 평생 필요한 자산을 마련하고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 게 더 큰 이유다.

강 소장은 “가장 훌륭한 ‘재테크’는 본업을 충실히 하는 것이며, 제일 좋은 노후생활준비는 평생현역”이라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많은 수입을 얻는 것은 자신의 일에서 얻는 월급이나 사업소득이다. 자신에 대한 투자를 늘려 인적자본(Human Capital)의 가치를 높이고 열정적으로 일함으로써 남들이 갖지 못하는 인재로서의 가치(Talent)를 갖는다. 그러면 월급이나 사업소득을 많이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은퇴 후에도 현역시절에 쌓은 탤런트를 활용해 계속 활동할 수 있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리 주위에는 오늘도 재테크를 한다며 근무시간에 HTS를 통해 주식을 매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퇴근시간에 맞춰 서둘러 회사를 빠져나가는 사람도 간간히 눈에 띈다. 주말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기웃거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본업을 소홀히 하게 돼 소득도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고 불확실한 재테크를 한다고 본업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단기승부를 하는 것보다, 본업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함으로써 지금은 물론 은퇴 후 생활까지 도모할 수 있는 장기승부를 해야 한다는 게 강 소장의 지적이다.

그가 이런 삶의 철학을 갖게 된 것은 그가 젊었을 때 일본에 연수 가서 직접 겪은 현장 체험 때문이다. 1975년 신입직원 시절,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연수를 받을 때였다. 당시 일본의 노인(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우리와 비슷한 9% 정도였다. 견학 코스 중 주식과 채권을 보관하는 창고에서 70세가 넘는 노인 수십 명이 주식을 세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젊었을 때 한자리씩 하던 분들이 시간당 500엔의 시급을 받고 일한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본 강 소장은 ‘나이 들어서 일을 하려면 화려하고 권한 있는 일은 젊은이에게 양보하고 시시한 일이라고 여겨지는 일을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은퇴 이후에도 그럴듯한 일을 하려면 자기만의 확실한 주특기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대우증권 리서치담당 임원과 현대투신운용(현 프루덴셜자산운용) 및 PCA투신운용 대표를 지낸 강 소장이 투자교육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젊었을 때의 이런 체험 때문이다. 그는 1주일에 3~4번, 1년에 250회 이상 투자자교육을 위해 전국을 누비며 강의하는 초인적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잘못된 재테크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아 주고 ‘가장 훌륭한 재테크는 평생 현역’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힘든 줄 모른다는 설명이다. 30년 넘게 주식시장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아직도 초단기 주식매매에 올인하는 등의 잘못된 투자행태를 생각하면, 더 많은 강의를 해야 하는 사명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투자 강연을 시작한 뒤 증권회사 한 두 곳에서 CEO로 함께 일해보자는 영입제의를 받았지만, 자기의 소명은 증권사 CEO가 아니라 올바른 투자문화 정착을 위한 투자자교육이라고 생각해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강 소장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장생(長生)의 위험’, 즉 오래 사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병이 들거나 교통사고로 평균수명보다 일찍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평균수명보다 오래 살 것에 대비해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90세를 넘겨 사는 시대가 되었더라도 금리만 높다면, 젊었을 때 저축한 돈에서 나오는 이자만으로 생활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은행의 정기예금금리는 현재 연3.4% 수준. 물가상승률(3% 안팎)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실정이다. 5억원의 예금이 있다 하더라도 1년 이자가 1700만원에 불과하고, 세금을 제할 경우엔 1500만원도 안되며 몇 년이 지나면 그 돈으로 생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청소년이 첫 직장을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가장(家長)의 실직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나이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직장’을 갖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게 강 소장의 조언이다.

강 소장은 “우리나라에서 나이든 사람이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체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은행이나 대기업에 다니다가 지하철 택배를 한다든지, 택시 운전을 한다든지, 아파트 관리원을 할 경우 자기 부인이 창피하게 여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이 들어 할 일없는 분들이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이민을 떠나는 것은 그 나라에 가면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체면이 구기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한다.

강 소장은 노인들이 NPO(비영리조직)에서 활동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밝힌다.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경험으로 중소기업에게 대출관련 자문을 한다든지, 원활한 노사협력문화를 만드는 데 조언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 서비스나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런 일을 하려면 젊었을 때 은퇴 후 활동을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된 이후 주말마다 놀러 다니는 사람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자신의 평생 현역 프로그램을 짜고 그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쌓는 사람의 노후생활이 어떻게 다를지는 명약관화할 것이다.

증권사 CEO 자리 제의를 정중하게 사양하고, 투자교육전도사라는 은퇴 이후 평생현역의 길을 걷고 있는 강창희 소장. 그는 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에서 생애설계를 짜는 데 필요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당당한 부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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